인천시, 남항 축소·폐쇄 전망 “빈 자리 대규모 주거지 필요”
부두기능 멀쩡한데 뜬금... 지역경제·물동량 우려 대책 없어
정주환경 열악 불보듯... 연안·항운아파트 집단이주와 모순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시가 소음과 매연 등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한 인천남항 인근에 1300세대에 이르는 오피스텔 건축을 허가하려는 배경에는 인천남항 기능 축소·폐쇄를 전제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재 인천남항은 인천항 전체 물동량 중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며, 부두 축소·폐쇄 계획은 기본 구상만 나왔을 뿐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개발을 추진하면 향후 집단민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3일 <인천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시는 항동 1-3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옛 SK에너지 유류저장시설 용지(항동7가 108번지) 면적 8만8115㎡ 소유자와 도시계획변경을 위한 사전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토지 소유주인 민간개발 사업자 인천항동알로지스피에프브이(주)는 지난 5월 업무시설(오피스텔 허용), 스마트공장(지식산업센터), 근린생활시설 등을 짓는 개발계획안을 시에 제출했다. 이 계획안에는 지하 2층 지상 64층 규모의 오피스텔 1292호 공급 계획이 포함돼 있다.

인천시가 항동 1-3 지구단위계획구역 옛 SK에너지 유류저장시설 용지(항동7가 108번지) 용도변경을 위한 현황을 분석한 내용.
인천시가 항동 1-3 지구단위계획구역 옛 SK에너지 유류저장시설 용지(항동7가 108번지) 용도변경을 위한 현황을 분석한 내용.

인천시, 남항 축소·폐쇄 전망 "유휴지 대규모 주거지 필요"

시가 사업대상지 주변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시는 '인천남항 기능 축소 또는 폐쇄로 인한 유휴용지에 대해 주거용지 조성 등 지역 활성화를 위한 기능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현재 남항에서 운영 중인 E1컨테이너터미널(E1CT)과 인천컨테이너터미널(ICT) 부두의 기본 하역처리 능력은 76만2000TEU 수준으로, 지난해 74만6737TEU를 처리했다. 이는 인천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 346만1363TEU 가운데 21.6%를 차지한다.

E1CT는 2027년 이후 조성이 완료되는 인천신항 컨테이너부두 1-2단계로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위해 선광·한진·고려해운·HMM 등 업체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E1도 참여했다. 그러나 ICT의 경우 부두운영사 싱가포르항만공사(PSA)와의 계약기간이 2052년까지로, 옮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천시가 항동 1-3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옛 SK에너지 유류저장시설 용지 (항동7가 108번지) 면적 8만8115㎡ 소유자와 도시계획변경을 위한 사전협상을 진행 중인 곳.(네이버 지도 갈무리)
인천시가 항동 1-3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옛 SK에너지 유류저장시설 용지 (항동7가 108번지) 면적 8만8115㎡ 소유자와 도시계획변경을 위한 사전협상을 진행 중인 곳.(네이버 지도 갈무리)

부두기능 멀쩡한데 뜬금... 지역경제·물동량 우려 대책 없어

남항 내 석탄부두 폐쇄는 해수부의 제4차 항만기본계획(2021~2030년)에 포함됐지만, 강원도 동해 신항 석탄부두 건설 지연으로 인해 늦어지고 있다. 인천남항 일대 정주여건 개선이 그만큼 지연될 수밖에 없다.

또한 석탄부두가 이전한 자리에는 대규모 중고차 수출단지 스마트오토밸리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로 인해 인천남항 주변에는 쿠팡, 11번가, 대한통운, 삼성전자 등의 물류센터가 밀집해 있으며, 물류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화물차가 더욱 많이 다닐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구 연안동 주민들은 스마트오토밸리 조성 시 교통혼잡을 우려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남항우회도로 건설사업이 계획됐으나, 아직 구체적인 진척은 없는 상태다.

인천남항 전경.(사진제공 인천항만공사)
인천남항 전경.(사진제공 인천항만공사)

정주환경 열악 불보듯... 연안·항운아파트 집단이주와 모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집단민원으로 이주를 결정한 연안·항운아파트 인근에 3000여 세대의 주상복합 건축을 허가하고, 항동1-3 지구단위계획구역까지 난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4300여 세대가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다. 이는 잘못된 상황판단으로 인한 엇박자 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인천남항 기능 축소는 제4차 전국항만기본계획에 담긴 내용으로, 선제적으로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목적이다. 물류업계 종사자들을 위한 주거시설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사업자는 65층 높이의 오피스텔을 제안했지만, 변경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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