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남항 일대 200m 높이 1300세대 오피스텔 허가 추진
서울항공청 “백운산~월미도~송도 헬기 입출항 경로 중첩”
해경·소방 긴급상황 시 출동 차질 경로 바꿔야 ‘주객전도’
이중행정에 이어 항공안전 위협... 시 “건물 높이 논의 중”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시가 소음·매연·분진이 가득한 인천남항 인근에 건축 허가를 추진 중인 1300세대 고층 오피스텔이 영종도 백운산 헬기장의 입·출항 경로와 중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개발을 조장하는 인천시의 모순적인 행정으로 인해 항공 안전에 지장이 초래된 셈이다. 이로 인해 기존 항공 경로를 조정해야 하는 촌극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소방헬기.(인천투데이 자료사진)
소방헬기.(인천투데이 자료사진)

18일 <인천투데이> 취재를 정리하면, 시는 항동 1-3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옛 SK에너지 유류저장시설 용지(항동7가 108번지) 소유자인 인천항동알로지스피에프브이(주)와 도시계획 변경을 위한 사전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민간 개발 사업자는 지난 5월 도시계획 변경 사전협상 개발계획(안)을 시에 제출했다. 면적 8만8115㎡ 토지에 지하 2층 지상 64층 규모로, 높이 200m에 이르는 오피스텔 1292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업무시설(오피스텔 허용), 스마트공장(지식산업센터), 근린생활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항공청 “백운산월미도송도 헬기 입출항 경로 중첩”

이를 위해 시 도시계획과는 지난달 25일 전문가 자문 보고서 작성을 마무리했다. 자문 내용에는 올해 5월 24일부터 6월 7일까지 시 관련 부서를 비롯해 중구·시교육청·서울지방항공청·인천항만공사·인천지방해양수산청 등의 의견을 청취한 내용도 담겼다.

이 관계기관 의견청취 내용을 보면, 서울항공청은 “(인천남항 인근 고층 오피스텔이 들어설 경우) 영종헬기장 입·출항 경로(송도국제도시~월미도~운북동)와 중첩되는 등 항공기 운항에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항공안전법 시행규칙에 따라 경로 조정 등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당 헬기장은 중구 영종도 백운산(255m, 운북동 소재)에 있다. 인천소방항공대와 해양경찰이 긴급 상황 발생 시 헬리콥터 이착륙을 위해 활용하는 곳이다. 오피스텔 건설 예정지와 반경 약 9km 떨어져 있다.

인천시가 항동 1-3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옛 SK에너지 유류저장시설 용지 (항동7가 108번지) 면적 8만8115㎡ 소유자와 도시계획변경을 위한 사전협상을 진행 중인 곳.(네이버 지도 갈무리)
인천시가 항동 1-3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옛 SK에너지 유류저장시설 용지 (항동7가 108번지) 면적 8만8115㎡ 소유자와 도시계획변경을 위한 사전협상을 진행 중인 곳.(네이버 지도 갈무리)

해경·소방 긴급 상황 시 출동 차질 경로 바꿔야 ‘주객전도’

즉, 200m 높이에 이르는 인천남항 일대 고층 오피스텔이 들어설 경우 시민의 안전을 위해 출동해야 하는 헬리콥터 운항이 지장을 초래하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항공 안전을 위해 기존 헬기 경로를 바꿔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된 모습이다.

게다가 해당 오피스텔 건설 계획은 인천시의 이중 행정이라는 비판마저 제기된 바 있다. 사업 대상지 바로 옆에는 라이프비취맨션아파트가 있다. 연안·항운아파트 일대와 같이 항만구역에서 발생하는 소음·분진·진동으로 인한 주민 민원이 빗발친 곳이다.

실제로 라이프비취맨션아파트 주민들도 2000년대부터 연안·항운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송도국제도시 내 아암물류2단지로 집단 이주를 요구한 바 있다. 그런 곳에 1300세대에 달하는 고층 오피스텔 건축허가를 추진하는 시의 행정이 모순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항동1-3 지구단위계획 주상복합 건축계획도.(2024.07.11. 사진제공 인천시)
항동1-3 지구단위계획 주상복합 건축계획도.(2024.07.11. 사진제공 인천시)

이중 행정에 이어 항공 안전 위협... 시 "건물 높이 논의 중"

또한 서울항공청 외에도 인천항만공사와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또한 남항 일대 고층 오피스텔 건설 사업에 우려를 표했다. 대규모 주거·상업시설 도입 시 차량 증가에 따른 교통 혼잡과 지역 주민의 집단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있어 항만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에 인천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사업자가 제안한 해당 오피스텔 높이는 197m로 예정돼 있지만, 서울항공청과 협의 후 높이를 조정할 수 있다”며 “현재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위한 사전협상 단계이다. 항공 안전에 지장이 없게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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