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인천남항 인근에 64층 규모의 1300세대 오피스텔 건축을 허가한 계획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소음과 매연, 분진으로 정주 여건이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는 지역에 대규모 주거시설을 허가하는 시의 행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 지역은 주민들이 20여 년 전부터 집단 이주를 요구해온 곳이다. 시의 이런 행태는 엇박자 행정의 전형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해당 고층 오피스텔이 영종도 백운산 헬기장의 입·출항 경로와 중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항공청은 "항공기 운항에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경로 조정 등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출동해야 할 헬리콥터의 운항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시가 안전을 도외시한 채 무분별한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인천항만공사와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역시 인천시 계획에 우려를 표명했다. 대규모 주거·상업시설 도입으로 인한 차량 증가와 교통 혼잡, 그리고 이에 따른 주민들의 집단 민원이 항만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주거 문제를 넘어 인천항의 기능과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인천남항 전경.(사진제공 인천항만공사)
인천남항 전경.(사진제공 인천항만공사)

현실과 동떨어진 인천시의 판단

시는 인천남항의 기능 축소 또는 폐쇄를 전제로 이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판단이다.

현재 남항은 인천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21.6%를 처리하고 있으며, 주요 부두의 계약 기간이 2052년까지 연장된 상태다. 석탄부두 폐쇄 역시 강원도 동해 신항 건설 지연으로 늦어지고 있다. 즉, 남항의 기능 축소나 폐쇄는 당분간 현실화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번 계획이 시의 일관성 없는 행정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이다. 시는 이미 연안·항운아파트 인근에 3000여 세대의 주상복합 건축을 허가한 바 있다. 이번 계획까지 합치면 총 4300여 세대에 이르는 대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이는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주민들을 이주시키면서 동시에 같은 지역에 대규모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모순된 행정이다.

인천시는 "스마트오토밸리 사업, 석탄부두 이전 등 남항 일대 여건 변화와 제물포르네상스 추진에 따른 도시공간 구조 변화를 고려한 선제적 개발"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외면한 채 장밋빛 청사진만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스마트오토밸리 조성으로 인한 교통 혼잡 우려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불분명하며, 남항우회도로 건설 계획 역시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전면 재검토와 신중한 접근 필요

인천시는 이제라도 이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시민의 안전과 삶의 질, 그리고 인천항의 기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개발 이익에 눈이 멀어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를 야기해서는 안 된다.

특히 항공 안전과 관련된 문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서울항공청과 긴밀한 협의을 거쳐 헬기 운항에 지장이 없게 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계획 자체를 백지화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인천항만공사,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등 관련 기관과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이들 기관의 우려를 단순히 무시할 것이 아니라, 항만 운영과 도시 개발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20년 넘게 이어진 주민들의 이주 요구를 외면한 채 새로운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행정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 주민들과 충분한 소통으로 주민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인천의 미래를 위한 균형 잡힌 발전 전략 절실

인천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도시 개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양적 성장에 치중한 나머지 시민의 삶의 질과 안전을 도외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환경, 안전, 삶의 질이 조화를 이루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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