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1만㎡ 이상 물류센터 60여개 남항·북항 집중
노후 물류센터 남항 몰려 벌크화물 분진·매연 발생
‘주거 부적합’ 주민이주 시키고 수천세대 허가 모순
남항 폐쇄 전제해도 물류센터 숙제 정주여건 열악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소음·매연·분진이 가득한 인천남항 인근에 인천시가 고층 오피스텔 건축 허가를 추진해 집단민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도 시는 남항의 항만기능이 폐쇄될 것을 전제로 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인천남항 폐쇄는 언제 될지 모르는데다가 폐쇄되더라도,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선 주변에 즐비한 물류센터까지 이전해야하는 문제가 또 남는다. 남항 주변 수천세대 주거단지 건축 허가가 엇박자 행정이라는 비판이 지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인천항 인근 지역에 연면적 3만3000㎡ 이상의 완공된 물류센터(빨간색)와 비교적 최근 조성된 물류센터(보라색) 분포.(자료출처 JLL 발행 '물류시장의 성장주 인천항' 연구보고서)
인천항 인근 지역에 연면적 3만3000㎡ 이상의 완공된 물류센터(빨간색)와 비교적 최근 조성된 물류센터(보라색) 분포.(자료출처 JLL 발행 '물류시장의 성장주 인천항' 연구보고서)

인천 1만㎡ 이상 물류센터 60여개 남항·북항 집중

글로벌 종합부동산서비스 회사인 제이엘엘(JLL)이 지난 2021년 10월 발행한 ‘물류시장의 성장주 인천항’ 연구보고서를 보면, 인천에는 항만·공항을 중심으로 연면적 1만㎡ 이상의 물류센터가 60여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기존에 조성된 3만3000㎡ 이상의 대규모 물류센터(빨간색 원)는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 운북동과 인천남항에 집중됐다. 인천북항에는 한창 조성 중인 대규모 물류센터(보라색 원)가 주로 분포 돼 있다.

보고서는 전통적인 인천지역 물류센터는 일반적인 물류센터보다 높이가 낮고 1~2층 규모의 소규모 창고시설이 여러 채 모여 있는 형태를 보였다고 설명한다. 연면적 3만3000㎡(1만평) 이상의 다층 구조의 대규모 현대식 물류센터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됐다.

노후 물류센터 남항 몰려 벌크화물 분진·매연 발생

즉, 인천남항 인근 연안동·신흥동에는 지어진지 오래된 물류센터가 즐비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쿠팡·CJ대한통운·11번가·삼성전자·롯데하이마트·고려제강 큰 기업을 비롯해 지역 업체들까지 수많은 물류센터를 조성해 운영 중이다.

인천남항은 주변에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등이 있어 수도권 접근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물류센터가 다수 조성되고, 화물차가 더욱 많이 다닐 수밖에 없다.

또한 인천남항은 컨테이너선박 외에도 벌크화물 선박이 주로 입항한다. 이로 인해 주변 물류기업들이 야적장 형태로 운영하는 물류단지도 수두룩하다. 아직 시멘트·곡물·석탄 등 벌크화물을 운반하는 화물차 특성상 많은 먼지와 매연을 날릴 수밖에 없고 이는 주거환경을 열악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인근 연안·항운아파트 주민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항만구역에서 발생하는 소음·분진·진동 등으로 피해를 호소하며 집단이주를 요구했다. 이에 시는 지난해 주민들을 송도국제도시 내 아암물류2단지로 이주키로 결정했다.

인천남항 전경.(사진제공 인천항만공사)
인천남항 전경.(사진제공 인천항만공사)

‘주거 부적합’ 주민이주 시키고 수천세대 허가 모순

그런데 시는 인천남항 일대에 수천세대에 이르는 고층 오피스텔 건축허가를 추진하며 이중적인 행정을 보이고 있다.

현재 시는 항동 1-3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옛 SK에너지 유류저장시설 용지(항동7가 108번지) 소유자인 인천항동알로지스피에프브이(주)와 도시계획 변경을 위한 사전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민간 개발 사업자는 지난 5월 도시계획 변경 사전협상 개발계획(안)을 시에 제출했다. 면적 8만8115㎡ 토지에 지하 2층 지상 64층 규모로, 높이 200m에 이르는 오피스텔 1292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업무시설(오피스텔 허용), 스마트공장(지식산업센터), 근린생활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10일에는 집단이주를 결정한 연안·항운아파트 바로 건너편에 2500세대에 이르는 주상복합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허가하기도 했다.

남항 폐쇄 전제해도 물류센터 숙제 정주여건 열악

시가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엔 향후 인천남항의 부두기능이 축소 또는 폐쇄되기 때문에 주거용지로 조성하는 게 문제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하지만, 남항 부두기능 이전 내용을 담은 해수부의 ‘제4차 항만기본계획(2021~2030)’은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이후에도 물류센터 이전이라는 커다란 숙제가 남는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인천시가 엇박자 행정을 강행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장기계획에 인천남항 이전이 담겨있을지 몰라도 현재로선 똑같은 집단민원 재발 우려가 있어 절적하지 않다”며 “남항·내항 물동량 이전 대책이 먼저 세워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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