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 인천 갯벌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한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다. 728.3㎢에 달하는 인천의 갯벌은 국내 갯벌 총면적의 29.3%를 차지하는 방대한 규모다. 그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강화갯벌, 옹진군 장봉도와 대이작도 일대, 송도갯벌, 영종도 갯벌 등의 추가 등재를 권고했다. 이는 단순한 권고가 아닌 인천 갯벌의 세계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갯벌의 가치는 여러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인천 갯벌에는 2150종 이상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이는 한 지역의 생태계가 얼마나 풍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놀라운 수치다.

특히 동아시아-오스트랄라시아 철새이동경로의 중요한 거점으로서 매년 수백만 마리의 철새들에게 휴식과 먹이를 제공한다. 이는 단순히 새들의 쉼터가 아닌,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 고리 역할을 한다.

둘째,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자원이다. 갯벌은 블루카본으로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기능을 한다. 실제로 갯벌의 탄소 저장 능력은 육상 산림의 약 5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기후변화 시대에 갯벌이 얼마나 중요한 자연자원인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셋째, 수산자원의 보고로서 지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천 갯벌에서는 연간 약 2만톤의 수산물이 생산되며, 이는 지역 어민들의 생계와 직결된다. 또한 갯벌은 해양 생물의 산란장과 서식지 역할을 해 지속가능한 어업을 가능케 한다.

그동안 갯벌 등재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우려가 컸던 것은 사실이다. 어업 활동 제한이나 개발 규제에 대한 걱정이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최근 주민들의 인식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강화군민 7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5.7%가 갯벌 등재에 찬성한다고 답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또한 영종도 주민단체들이 갯벌 등재를 적극 촉구하고 나선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주민들이 갯벌의 가치를 이해하고, 보전과 발전이 공존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갯벌의 가치에 대한 이해 증진과 함께, 생태관광을 통한 지역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2021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순천만 갯벌의 경우, 등재 이후 방문객이 크게 증가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순천만의 경우 등재 전인 2020년 대비 2022년 방문객 수가 약 20% 증가했으며, 이는 지역 내 숙박업, 요식업 등 관련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이제 인천시는 이러한 주민들의 변화된 인식을 바탕으로 갯벌 등재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우선 9월에 예정된 주민설명회를 통해 충분한 소통을 하고, 갯벌 보전과 지역 발전이 양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생태관광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갯벌 체험 프로그램 개발, 생태 교육 센터 설립, 지속가능한 어업 지원 등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세계유산법 시행령 개정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또한 등재 신청을 위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도 필요하다. 2021년 등재된 갯벌들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5년간 약 1204억원을 투자해 보전, 관리, 활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 갯벌 역시 이와 같은 수준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부담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고려하면 충분히 가치 있는 투자가 될 것이다.

인천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생태보전과 지역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타이틀을 얻는 것을 넘어,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구축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소중한 자연유산을 보존하는 일이다.

인천 갯벌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인천이 생태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이는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

이제 인천시와 주민, 정치권, 정부가 힘을 모아 이 의미 있는 도전을 성공으로 이끌어야 할 때다. 갯벌 등재는 단순한 환경 보호 차원을 넘어, 인천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 돼야 한다. 우리 모두가 이 소중한 자연유산의 가치를 인식하고, 보전과 발전의 조화로운 길을 모색해 나간다면, 인천 갯벌은 진정한 의미의 세계자연유산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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