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악화에 5일째 출항통제 주민들 발 묶여
가시거리제한 완화와 초대형여객선 도입 필요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기상악화로 인천~백령도 항로의 여객선 운항이 5일째 통제됐다. 올해만 89회나 출항하지 못했다.

섬 주민들의 이동권을 위해 가시거리 제한 완화와 대형여객선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

인천항운항관리센터는 29일 풍랑주의보로 인해 인천에서 출발하는 여객선 항로 14개 중 인천~백령도 항로 출항을 통제했다.

기상악화로 인천연안항 여객터미널에서 여객선들이 출항하지 못하고 있다.
기상악화로 인천연안항 여객터미널에서 여객선들이 출항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전 6시 30분 기준 인천 앞바다와 먼바다에서는 높이 2.5~3m 이상의 파도가 일고, 초속 12~16m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이에 해당 항로를 이용하는 2000톤급 대형여객선 하모니플라워호는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5일째 출항하지 못하고 있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25~26일에는 짙은 안개로 가시거리가 100~500m에 불과해 운항하지 못했다.

백령도 주민 박길삼 씨는 “지난 21일 어머니 건강이 위급해 해군 함정을 타고 인천에 도착했다. 이후 집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5일째 배가 안 떠 형제·친척 집에 머물며 신세를 지고 있다”며 “집에는 아버지 혼자 계셔서 걱정되고, 농사일을 하지 못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현행 가시거리 제한 1km 시대 뒤떨어져... 500m로 완화 요구 커

해사안전법을 따른 하모니플라워호 운항관리규정을 보면, 바람이 최대 초속 18m 이상이거나 파도 높이가 4m인 경우 운항을 중지해야 한다. 이날 바람과 파도 상황만 보면 출항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시거리 기준 1km에 걸려 출항이 통제됐다.

인천~백령도 항로는 기상악화로 출항이 통제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인천항운항관리센터 이날 기준 인천~백령 항로는 왕복을 통틀어 올해 출항이 총 89회 통제됐다고 밝혔다. 지난 2월에는 무려 왕복 25회나 출항하지 못했다.

이에 섬 주민들 사이에선 이동권 제약을 초래하는 여객선 운항 가시거리 제한을 현행 1km에서 500m로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1972년 이후 해당 규정에 대한 개선이 한번도 이뤄지지 않아 첨단 항행 정비가 갖춰진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옹진군은 이런 내용을 담아 해양수산부에 ‘내항여객선 운항관리제도’ 개선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 안건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주민염원 무산된 초대형여객선 도입 논의 다시 불붙나

아울러 기상악화에 따른 결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초대형여객선을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도 크다. 지난해 인천~백령 신규여객선 공모 당시, 옹진군 주민들은 3000톤급 여객선 도입과 공영제 운영을 요구했다.

그러나 옹진군은 2400톤급 여객선을 새로 건조하는 쪽으로 공모를 진행했다. 이마저도 선사가 선박 건조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불투명하다. 신규여객선 도입 논의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될 수 있는 상황이라 이번에는 최소한 3000톤급 이상의 여객선을 도입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서해3도 이동권리 추진위원회장을 맡았던 심효신 옹진군수직 인수위원회 위원은 “여객선 완전공영제가 공약으로 나오고, 코로나19 회복으로 관광객이 증가하는 등 여객선 수요 급증이 예상된다”며 “포항~울릉도 항로는 이미 1만톤급 이상의 초대형 카페리여객선이 운항 중이다. 기상악화로 결항이 잦은 인천~백령 항로에는 이같은 여객선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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