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선령 만료인데 신규여객선 자금조차 못 구해
여객선 건조 통상 1년 6개월... 빨라도 2024년 투입
옹진군 “선사, 8월까지 건조하지 않을 시 원점 재논의”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백령도를 오가는 신규 카페리여객선이 내년 하반기 투입 예정이었으나, 선사가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선박 건조조차 시작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해당 항로를 오가는 하모니플라워호는 내년 5월 선령만료를 앞두고 있다. 선박 건조 기간이 통상 1년 6개월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여객선 공백이 우려된다.

인천 연안여객터미널과 백령도 용기포신항을 오가는 하모니플라워호.
인천 연안여객터미널과 백령도 용기포신항을 오가는 하모니플라워호.

옹진군은 27일 인천~백령도 항로 신규 카페리선 운영선사 에이치해운에 오는 8월 20일까지 선박 건조자금 확보 계획을 제출하고, 건조작업 시작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해당 항로를 오가는 하모니플라워호(2071톤급)는 내년 5월이면 25년 선령 제한이 만료돼 해운법상 운항할 수 없다. 같은 항로에 코리아킹호(534톤급)가 다니지만, 규모가 작아 기상악화에 따라 운항이 어려운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모니플라워호 운영선사이기도 한 에이치해운은 지난해 12월 옹진군과 2400톤급 카페리선을 투입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했다. 옹진군으로부터 10년간 120억원을 지원받는 조건이다.

에이치해운은 당초 올해 초부터 선박 건조작업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선사는 대출을 받지 못해 조선소에 지불해야 하는 계약금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금은 총사업비의 10%가량이다. 총사업비가 500억원으로 추산돼 50억원가량을 조선소에 먼저 납부해야 한다.

새 선박을 건조하려면, 사업성 여부에 따라 선박 담보부 대출을 받거나 기관 보증을 거쳐 대출을 받아야 한다. 에이치해운은 한국해양진흥공사의 보증을 거치기로 했으나, 진척 사항은 오리무중이다.

통상 선박을 건조하는 데 1년 6개월가량 걸린다. 당장 작업에 들어가도 2023년 초에나 운항이 가능하다. 신규 여객선 건조가 늦어지면 선사가 대체 선박을 운항하게 돼 있다. 하지만 투입할 대체 선박 종류는 선사 재량이라 어떤 선박이 투입될지 알 수 없다.

옹진군은 선사에 8월 20일까지 대출금을 확보하고 선박 건조를 시작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어길 시 계약이 파기돼 인천~백령 신규 여객선 투입은 원점에서부터 논의해야할 수도 있다.

결국 선사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협약이 파기될 경우 내년 5월부터 하모니플라워호가 운항할 수 없어 섬 주민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지난해 옹진군 주민들은 수익에 상관없이 여객선을 운항할 수 있게 인천시가 중고 대형여객선을 직접 사들여 인천교통공사가 운영하는 공영제를 도입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인천시도 이에 동의하고 관련 조례 개정까지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옹진군은 민간선사에 120억원을 굳이 지원하면서까지 여객선 신규 건조 방침을 밀어붙였고,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옹진군 경제교통과 관계자는 “선사가 8월 20일까지 구체적인 여객선 건조 계획을 수립하지 않으면 계약이 파기될 수 있다. 인천~백령 신규여객선 도입 논의를 원점에서부터 진행해야할 수도 있다”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또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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