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 노동자교육기관 대표 인터뷰

인천투데이=송승원 기자|“세월호 10주기에 우리가 뭘 할 수 있는지, 뭘 해야 할 지를 고민했다”

박지영 노동자교육기관 대표는 지난달 15일 〈인천투데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세월호 10주기 기억 걷기 〈다시, 동행〉을 주최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다시, 동행〉에 박지영 노동자교육기관 대표가 참가했다.
〈다시, 동행〉에 박지영 노동자교육기관 대표가 참가했다.

박 대표와 노동자교육기관 회원 10여명은 3월 12일부터 16일까지 5일간 전라남도 진도군 팽목항에서 목포신항까지 약 68km 구간을 걷는 ‘도보순례’를 진행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기리고 ‘사회 안전망’에 관한 논의를 지속하기 위함이다.

“그분들도 결국 같은 아픔을 나눴구나”

2014년 참사 당시 박 대표는 선거운동을 돕고 있었다. 당시 노동자교육기관 대표였던 원권식씨가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부평구의원으로 출마를 선언하며 예비후보 등록 중이라 박 대표가 선거운동을 도왔다. 그런데 참사 소식을 듣는 순간 머리가 망치로 맞은 듯 멍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그때 새벽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뉴스로 소식을 전해들었다”며 “처음 전원 구조했다는 보도가 나와 잘 해결한 줄 알았는데, 저녁에 뉴스를 보니 그게 아니었다”고 박씨는 말했다.

이어 “선거운동을 계속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잠시 중단하고 추모하는 시간을 지내자고 제안했다”며 “후보가 바로 동의해서 그렇게 일주일 가량을 보낸 것 같다”고 떠올렸다.

박 대표는 참사 1주기인 2015년에도 전라남도 목포에서부터 진도까지 도보순례를 했다. 그는 당시 “굉장히 속상하고 억울한 심정이었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이어 “그 당시엔 도보순례를 지역 주민들이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일도 있었다”며 “아무래도 그들에겐 생업과 관련한 문제가 있다 보니, 취지를 이해하면서도 ‘제발 그만 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해 속상했다”고 전했다.

“당시엔 속상했던 기억으로 남았는데, 올해 10주기 추모 순례를 하면서 주민들이 힘내라며 응원해주고, 힘드니까 커피 한 잔 하고 가라며 권하기도 했다”며 “이분들도 우리와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확인한 듯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전라남도 진도군 '기억의숲'에 놓인 석판. 노란 리본 스티커가 붙어져 있다.
전라남도 진도군 '기억의숲'에 놓인 석판. 노란 리본 스티커가 붙어져 있다.

“노동안전정책 제안할 것”

박 대표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도 1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사회 안전망은 미흡하다”며 “비단 세월호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현장을 봐도 안전에 관한 인식은 여전히 형편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보 순례를 하며 10년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 우리는 무얼 하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고 인천으로 돌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 중 80% 이상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다”면서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 소규모 사업장 적용을 유예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인천으로 돌아가면 먼저 작은 공장의 안전 실태조사를 진행할 생각”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했지만, 아직까지 너무 많은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간담회를 열어 공론화하려 한다”며 “이후 노동안전정책을 제안하는 것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관 혼자 힘으로 진행하기에 힘든 면이 있어, 시나 구 등 공공기관과 연계해 실태조사를 하려 한다”며 민관협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노동자교육기관은 1년에 한번 총회를 열어 회원들과 사회에 무슨 가치를 환원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며 “올해로 세월호가 10주기를 맞은 만큼, 사회 안전망에 관한 담론을 제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10주기에 이르기까지 크고 많은 사고들이 일어났고,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며 “더는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게, 세월호 참사가 남긴 과제가 무엇인지 지금이라도 깨달을 수 있는 해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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