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언의 100년 전의 빵 이야기 ⑳

인천투데이=김다언 작가|카페의 전성기를 맞아 경성의 빵집도 차와 과자류를 함께 판매하는 끽다점 형태로 발전 분화했다는 이야기를 1편에서 다뤘다.(사진 1934년 경성 ‘과자와 끽다점’ 광고)

1934년 경성 ‘과자와 끽다점’ 광고.
1934년 경성 ‘과자와 끽다점’ 광고.

당시 일반인에게 카페와 끽다점은 별다른 구분 없이 사용됐고 애플파이, 슈크림 등을 카페에서 먹었다는 이야기가 수필 등 문학작품 속에 있다. 1930년대 양과자, 빵 판매점 형태는 다양화를 이뤘으나 여전히 값비싼 고급음식에 속했다.

물론 잡곡빵 등 쌀을 대체하는 음식 개발 노력이 조선총독부 중심으로 꾸준히 이뤄진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단순히 밀가루만 발효시켜 빵을 구웠을 때 맛과 식감이 전통식인 밥과 떡을 넘어서지 못하는 커다란 장벽이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주재료가 설탕이었고, 1930년대 이전부터 대도시를 중심으로 설탕 수요가 급증했다.(사진 조선중앙일보 1934.8.23.)

조선중앙일보 1934.8.23.
조선중앙일보 1934.8.23.

‘빵과 설탕, 합성감미료 이야기’에서 설탕은 마치 비타민과 같은 지위를 누렸다고 말했는데 1934년 조선중앙일보 기사 역시 비슷한 전제에서 말하고 있다. 밥을 대체하기 위한 빵의 맛과 식감을 개선하는 과정에 설탕과 버터 사용은 효과가 좋았으나 가격 상승이 큰 문제로 다시 대중화의 큰 걸림돌로 돌아오는 난제가 됐다.

1940년대 초반 일본의 하와이 침공으로 미국과 전면전을 벌이면서 식량문제는 더욱 심각한 단계에 접어든다.(사진 매일신보 1942.6.20.)

매일신보 1942.6.20.
매일신보 1942.6.20.

쌀은 군사용 식량 공급이 최우선과제가 됐고, 일반인에게는 밀가루 공급조차 총독부 주도로 통제되면서 빵을 만드는 제과점 등은 각 지역단위로 묶여 합동공장이 만들어진다. 인천, 평양, 군산 등도 마찬가지였고 빵의 맛과 식감의 중요도는 2차 문제로 당장은 먹고사는 일이 최우선이였다. 애국빵, 철도빵 등 다소 생소한 이름의 빵이 등장하는 배경이다.

1945년 일본의 패전으로 조선은 식민지에서 해방됐으나 쌀은 여전히 부족했다. 다만 과거 만주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빵에 유리한 미국산 밀이 공급돼 이전과는 또 다른 변화가 이뤄진다.

일제강점기 식감이 좋은 빵 공급이 상류층에 제한됐다면 40년대 후반은 훨씬 다양한 계층으로 확산디는 대중화가 이뤄졌다는 뜻이다.(사진 독립신문 1948. 12. 11.)

독립신문 1948. 12. 11.
독립신문 1948. 12. 11.

1948년 독립신문 기사 ‘도나쓰를 점심 삼는 모꺼들’은 과거와의 큰 차이점을 설명한다. 기사 제목에서 ‘모꺼’라는 단어가 낯설겠으나 당시 널리 쓰였던 모뽀(모던보이)의 상대어인 모던-걸 줄임말이다.

요약하면 과거 있는 집 여성들이 먹던 음식인 도넛을 한 개 20원 가격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여성이 많아졌다는 내용이다. 과거에는 비싸서 못 먹을 도넛 등이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기사이다.

당시의 점심 가격을 알아야 비교할 수 있으니까 참고로, 1947년 7월 서울의 메밀국수 점심 가격이 30원, 1947년 11월 군산 빵집의 점심특선 근로식빵 1인분 25원이었다.

1948년 서울의 제과소 광고를 보면 영업 방식이 일제강점기 ‘과자와 끽다점’과 매우 유사함을 알 수 있다.(사진 1948년 서울 제과소 광고)

1948년 서울 제과소 광고.
1948년 서울 제과소 광고.

사진 하단부 ‘정미제과소’ 광고에 보면 ”대중적 간편한 식사“인 우유빵 가격이 100원이다. 제과소 위치가 시공관 옆이라고 했으니 서울 명동 중심가에 자리한 곳으로 ‘군산 빵집 25원 근로식빵’과의 가격 차이는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비싼 느낌이다.

아마도 일제강점기부터 ‘과자와 끽다점’이 고급스러운 사교 공간 역할을 했던 탓으로 여겨진다.

1930~40년대 영업 형태를 살펴봤을 때, 이후 동네 빵집은 작은 공간에서 빵과 과자류를 구워 팔고 시내 중심가의 큰 빵집은 빵과 팥빙수, 밀크쉐이크 등 다양한 음료를 함께 팔면서 사교 공간 기능을 겸하는 제과점 형태가 정착됐던 과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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