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국민권익위와 조정서 변경...이주 절차 간소화
길 건너엔 3000세대 입주... 집단이주 사업 취지 무색
내항·남항 부두기능 이전 비현실적...민원 재발 불보듯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18년간 답보 상태였던 인천 중구 항운·연안아파트 집단이주 지원사업 절차가 간소화된다. 항만시설 인근 주민들의 주거환경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유례없는 대규모 이주사업이 실마리를 찾을 전망이다.

하지만 인천시는 주민들을 힘들게 이주시킨 자리 바로 옆에 수천 세대의 오피스텔과 아파트 허가를 앞두고 있어, 같은 민원이 반복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집단이주 사업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남는다.

항운·연안아파트 집단이주 사업추진 18년 만에 속도

인천시는 18년 동안 지연된 항운·연안아파트 이주 지원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와 조정서 변경에 최종 합의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1982년 12월 준공된 항운·연안아파트의 주민들은 인근 인천내항과 남항을 오가는 화물차 소음·진동·분진 등으로 지속적인 환경피해를 호소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 2021년 12월, 국민권익위와 인천시 그리고 이주조합은 1275세대 주민을 송도국제도시 9공구로 이주시키는 데 합의했다.

인천시가 지난 2022년 12월 ‘항운·연안아파트 이주대책 관련 공유재산 교환 동의안’을 시의회에 제출했을 당시 법률검토 내용.
인천시가 지난 2022년 12월 ‘항운·연안아파트 이주대책 관련 공유재산 교환 동의안’을 시의회에 제출했을 당시 법률검토 내용.

이주를 위해 인천시 소유의 인천북항 토지와 해수부 소유의 송도9공구 토지를 공유재산법에 따라 맞바꾸는 절차가 필요했다.

이에 시는 지난 2022년 12월 '항운·연안아파트 이주대책 관련 공유재산 교환 동의안'을 시의회에 제출하며 이주사업이 '국가항 운영에 따른 주거환경 피해를 해소해 주민의 복리를 증진하려는 것으로 법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토지교환 기한 연장... 지연된 1단계 절차 해결 기대

그러나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해 이주조합이 토지교환 차액을 마련하지 못하며 1단계 절차가 지연됐다. 교환 기한은 2024년 말까지 연장됐으나, 조합은 여전히 차액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국민권익위에 조정서 변경을 신청했다.

변경된 주요 내용은 ▲토지교환 기한 연장(2024년 12월 31일까지) ▲국유지와 공유지의 교환 방식 변경(6개 필지 일괄 교환에서 4개 필지 순차 교환) ▲주민들의 토지교환 신탁률 변경(80%에서 75%로) 등이다. 이로 인해 1단계 토지교환이 가능해지며, 교환 차액도 줄어들어 사업이 보다 원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3000세대 넘는 주거용 건물 허가 추진 민원 재발 우려

이처럼 항운·연안아파트 집단이주 사업이 물꼬를 트고 있지만, 시는 인근에 2600세대가 넘는 주거용 건물 건축허가를 추진하며 똑같은 민원 발생을 자초하고 있다. 시가 보고한 법률검토 취지에도 맞지 않는 셈이다.

항동7가 57-2번지 일대에 인천항동더원피에프브이(주)는 1490가구의 아파트와 500~600실 규모의 오피스텔이 포함된 주상복합 건물을 49층 이하(180m 이하) 높이로 건설할 예정이다. 2026년 초 분양 후 착공해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항동1-1지구단위계획 사업 대상지.(사진제공 인천시)
항동1-1지구단위계획 사업 대상지.(사진제공 인천시)

또한, 바로 옆 필지에서는 DL이앤씨(옛 대림산업)가 600세대 규모의 오피스텔을 건설하고 있어 총 2600세대에 달하는 주거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외에도 인천남항 옛 SK에너지 유류저장시설 용지에 200m 높이의 오피스텔 1292호를 짓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이는 내항·남항 부두 기능의 축소 또는 폐쇄에 따른 주거용지 개발 계획의 일환이지만, 그 과정에서 같은 환경 피해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내항·남항 부두기능 이전 계획 현실적 과제 남아

인천시는 제물포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하며 내항·남항의 부두기능 축소를 통해 원도심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해수부의 제4차 항만기본계획(2021~2030)'에 내항·남항의 부두 기능 전체 폐쇄 계획을 담으려는 시도는 아직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으며, 물류센터 이전 문제 역시 남아 있는 큰 과제다.

이에 인천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향후 민원 발생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인천내항 부두 기능 이전과 환경 개선에 따라 과거와 같은 집단 민원은 없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며 "완충녹지 조성, 이격 거리 확보, 방음시설 설치 등 환경 개선 대책을 마련해 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