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전민수 기자] 구광모 LG전자 ID사업부장이 지난달 29일 LG의 회장에 오르면서 LG는 40대 총수가 이끄는 젊은 기업이 됐다.
그룹 안팎에 산적한 과제 등 헤쳐 나가야 할 일도 많지만 재계는 세대가 바뀌면서 별 탈 없이 4세로의 경영승계가 이어진 LG의 전통에 주목하고 있다.
LG는 창업주 구인회 회장때부터 2대 구자경 회장, 3대 구몬무 회장, 4대 구광모 회장까지 장자승계원칙을 바탕으로 잡음 없이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고 있다.
LG 관계자는 “확실한 장자승계원칙으로 안정적인 그룹 경영을 이어 나가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특별하게 강조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구 신임 회장이 LG의 회장에 오르는 날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 부회장은 그룹 경영일선에서 전면 물러난다고 전하면서 연말 임원인사에서 퇴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갈등’없는 경영권 승계...그 후?
장자승계원칙이 고집스럽게 지켜지면서 ‘갈등’없는 경영권 승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LG그룹은 늘 이와 함께 수반했던 ‘계열사 분리’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승계를 하지 못한 형제들이 그룹 내 계열사로 분리해 독립하는 것인데, 이번 구 신임회장의 LG를 이끌게 됨에 따라 어떤 식으로 계열사 분리가 될지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그동안 LG그룹의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형제들은 LIG그룹, LS그룹 등을 설립해 독립하며 이를 마치 전통처럼 여겨왔다.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도 계열분리로 독립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구본준 부회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부회장의 계열분리 혹은 독립경영에 대해선 현재까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구 신임회장이 LG그룹 총수에 오르는 과정에서 LG 오너가문 가족들 사이에서는 불화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일명 ‘형제의 난’을 벌인 몇몇 재벌과 비교되는 점이다.
‘형제의 난’으로 내홍 앓던 타 재벌들과 비교돼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재벌가의 상속·경영권 분쟁은 이번 LG그룹의 조용한 승계가 진행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경영권을 두고 대결을 벌였다. 신 회장이 구속된 와중에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서는 신 회장이 신동주 회장에게 완승했다.
이날 일본 롯데홀딩스는 정기주총을 열어 신동주 회장이 제안한 신동빈 회장 해임안, 스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해임안, 신동주 회장 이사 선임안을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사실상 롯데가문 형제의 난은 종결됐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준 총수 일가의 싸움은 일반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삼성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13년 삼성가 장남 이맹희씨와 삼남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간의 상속 소송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1심 승소를 했지만 재판부로부터 판결보다 가족간 화합이 우선이라는 따가운 충고를 들어야 했다.
凡(범) 현대가는 지난 2001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타계할 무렵 불거진 경영권 분쟁이 10년 넘게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현대가 장남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간의 갈등은 2000년 '왕자의 난'으로 비화했다.
지난 2003년 정몽헌 회장이 사망한 후에는 부인인 현정은 회장과 정상영 KCC 명예회장 사이에 현대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시숙의 난'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어 2006년에는 정몽준 의원이 이끄는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상선 지분을 매입하면서 '시동생의 난'까지 빚었다.
두산그룹도 오너 형제간의 갈등이 폭로전으로 번지면서 오너 일가가 기소까지 당하는 참화를 겪었다.
두산그룹은 지난 2005년 고 박용오 전 회장이 동생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겨줄 때만 해도 가족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며칠 뒤 박용오 전 회장이 동생의 회장 취임에 반발해 검찰에 그룹의 경영현황을 비방하는 투서를 제출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그 과정에서 분식회계 등 오너 일가의 치부가 드러나 충격을 줬다.
최근 가족들의 ‘갑질’ 논란으로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는 한진그룹은 지난 2002년 고 조중훈 회장이 타계한 이후 장남인 조양호 회장, 차남 조남호 한진중공업그룹 회장, 4남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이 유산 상속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과 동생인 김호연 빙그레 회장 간에 재산상속을 둘러싼 갈등이 법정싸움으로 번졌으며, 동아건설도 최원석 전 회장과 형제들 간의 재산권 분쟁으로 시끄러웠다.
대성그룹은 경영권 분쟁을 벌이다 지난 2001년 3개 소그룹으로 분할됐지만 고 김수근 그룹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영대 회장과 삼남인 김영훈 회장이 서로 '대성그룹 회장' 명칭을 사용하겠다며 신경을 벌이기도 했다.
녹십자는 유산 상속 문제로 아들과 아머니가 법정싸움을 하는 '모자 분쟁'을 겪었으며, 결국 대법원이 어머니 정씨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조용한 승계는 신뢰도 1위로 이어져
최근 타계한 LG그룹 구본무 전 회장의 생전 이야기는 잔잔하게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다.
특히 외아들을 잃었으나 친생자로 딸이 있음에도 동생의 아들을 양자로 입적, 그를 장손으로 삼아 그룹승계작업을 진행한 LG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매우 매끄럽게 진행했다는 평이다.
이런 가운데 73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지병으로 타계한 구본무 전 회장의 장례가 수목장으로 치러지면서 전형적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례를 보여주므로 다시 한 번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이하 한사연)가 조사한 재벌 신뢰도 조사에서 LG그룹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아 1위에 올랐다.
반면 최근 한국재벌의 민낯을 보여주면서 국민들에게는 물론 해외에도 '갑질' 재벌로 낙인 찍힌 한진그룹은 신뢰도 하위권 1위를 차지, 가장 신뢰하지 않는 재벌이 됐다.
한사연에 따르면 상위 5개 재벌은 1위 LG, 2위 GS, 3위 교보생명, 4위 신세계, 5위 SK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6월 신뢰도 평가 하위순위 재벌은 한진, 부영, 롯데, 중흥건설, 삼라마이다스로 조사됐으며, 특히 한진그룹은 최하위를 차지했다.
한사연 관계자는 “LG는 사회 발전 및 통합에 기여, 사회적 책임 등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지난 5월 20일 구본무 회장의 타계를 통해 생전에는 몰랐던 구 회장의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모와 기업운영 철학 등이 알려지면서 형성된 좋은 평판이 기업 신뢰도 1위 유지의 배경으로 분석된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5월에 이어 6월에도 최하위를 차지한 한진은 남성, 40대, 자영업층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고, 이는 총수 일가의 일탈과 갑질 행태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지난달에 이어 이번 조사에서도 낮은 평가를 받은 주 원인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사연에 따르면 기업신뢰도 평가가 아닌 재벌총수 신뢰도 평가 상위 5개 재벌 총수는 1위 구광모(LG), 2위 허창수(GS), 3위 구자홍(LS), 4위 정몽구(현대차), 5위 이웅열(코오롱) 순으로 조사됐다.
구 상무에 대한 신뢰도는 아버지인 고 구본무 회장의 후광 효과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사연 측은 분석했다.
반면 총수 평가 하위 5개그룹은 1위 조양호(한진), 2위 김승연(한화), 3위 이중근(부영), 4위 신동빈(롯데), 5위 이재용(삼성)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사연 관계자는 “한진 조양호 회장은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는데 딸들에 이어 아내까지 포토라인에 서는 등 가족발 악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설명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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