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발사대·영변 핵시설 영구적 폐기 의향 담은 ‘평양공동선언’ 채택
[파이낸셜리뷰=이정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쟁없는 한반도’를 한목소리로 확약했다.
김 국무위원장은 “조선 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겠다”고 밝혔고, 문 대통령도 “남과 북이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위험을 없애기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인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 참관 아래 영구 폐기하기로 했다. 미국 측 상응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 폐기 의향도 밝혔다.
‘핵사찰 허용→종전선언→영변 핵시설 폐기’ 시나리오다. 남북 정상은 DMZ(비무장지대)를 포함해 육해공 전 지역에서 상호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하는 ‘전쟁없는 한반도’도 약속했다.
구체적인 시기와 실행계획은 '블랭크(공란)'로 남았다. 남북 정상 합의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완성하려면 연내 추진될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관건이다.
문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은 19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 합의, 서명했다. 평양공동선언 부속합의서로 군사합의서도 채택했다.
공동선언은 ▲전문가 참관 하에 동창리 엔진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기 ▲미국의 상응조치시 영변 핵시설 영구적 폐기 의향 등을 담았다.
앞서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동창리 엔진시험장 폐쇄를 비공식적으로 약속했지만 최근까지 정상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곳에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 개발을 만들었다.
선언에 명시된 미국의 상응조치는 남북이 원하는 ‘종전선언’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남과 북은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을 합의했다.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며 “한반도의 영구 비핵화가 머지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평양회담 성과를 바탕으로 북미 간 대화가 빠르게 재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직접 내놓은 첫 ‘비핵화 육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미국이 북한 조치에 종전선언으로 화답할지는 불투명하다. 한미, 북미간 추가 협상에서 세부 조율이 과제로 남았다.
남북은 한반도 전 지역에서 상호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도 가동한다. 한반도를 항구적인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실천적 조치다. 남북 정상은 공동선언 합의문 1조에 이같은 내용을 담아 ‘전쟁없는 한반도’에 대한 의지를 높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환영의 뜻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평양공동선언 직후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이 최종 협상에 필요한 핵사찰을 허용하기로 합의했으며, (핵)실험장과 로켓 발사대를 국제 전문가가 지켜보는 가운데 영구히 해체하기로 했다”면서 “아주 흥미롭다”고 했다.
미국이 남북 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긍정 평가하면서 향후 한미, 북미 정상회담도 청신호가 켜졌다. 북미 대화가 재개되면 연내 종전선언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뉴욕 유엔총회 참석 계기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 상세 내용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과 나눈 대화 내용도 직접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시간 가량 단독 회담했다.
문 대통령의 설득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움직인다면 내달 2차 북미정상회담 성사 가능성도 높아진다. 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연내 종전선언도 실현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서울 방문이다.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안이라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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