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리뷰] 멀게만 느껴지는 與民同樂...‘노란조끼운동’에서 배워볼까
[소셜리뷰] 멀게만 느껴지는 與民同樂...‘노란조끼운동’에서 배워볼까
  • 이정우 기자
  • 승인 2019.03.10 2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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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이정우 기자] 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된 ‘노란 조끼 운동’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란 조끼 시위대’ 요구를 대폭 수용하며 사실상 항복한 덕분에 소강상태로 접어든 양상이다. 하지만 노란 조끼 운동은 유럽을 강타했다. 세르비아와 오스트리아에서는 강추위 속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네덜란드, 벨기에, 불가리아에 이어 이라크로까지 번졌다. 우리나라는 작은 불씨가 큰 파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촛불 혁명’을 통해 이미 경험했다. 최근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경유세 인상에 앞서 수도권 광역 대중교통망을 확충하는 등 정부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위정자와 국민이 다함께 즐겁다는 의미인 여민동락(與民同樂). 국가건 기업이건, 혹은 어떤 단체건 간에 지도자는 항상 ‘여민동락’의 자세로 운영을 해 나가야 한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우리에겐 요원해 보이기만 하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2일까지 총 16번의 '노란조끼운동'이 진행됐다./출처=방송 캡처
프랑스에서는 지난 2일까지 총 16번의 '노란조끼운동'이 진행됐다./출처=방송 캡처

유럽 전역 뒤흔든 ‘노란 조끼 운동’

지난 2일까지 총 16차례 개최된 노란 조끼 운동은 환경오염 방지를 명분으로 경유 및 휘발유에 대한 유류세를 인상하기로 한 프랑스정부의 공표에 의해 촉발됐다. 유류세는 세금을 인상해도 소비를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조세부담이 가중되면서 정부 세수는 늘어나는 대표적인 역진세(세원이 커짐에 따라 세율이 낮아지는 조세)다. 현재 프랑스는 높은 유류세로 인해 EU(유럽연합) 회원국 가운데 자동차용 경유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편에 속한다. 프랑스의 자동차용 경유가격은 스웨덴, 영국, 아이슬란드, 이탈리아에 이어 5번째로 비싸며, 경유가격 대비 유류세 비중은 EU 회원국 중 4번째로 높다. 그동안 프랑스 정부는 경유차를 친환경 차량으로 평가하고 유류세를 활용해 경유가격을 낮게 유지하면서 경유차를 보급했다. 하지만 친환경 경유차 정책이 실패하면서 급격한 경유가격 상승 등 경유차를 퇴출하는 정책으로 돌아서자, 경유차를 보유한 많은 시민들은 불만을 가지게 됐다. 또한 담배세·유류세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간접세는 대폭 인상하면서,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부유세 인하 등 친부자⋅친기업적인 개혁을 급격히 추진하자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결국 노란 조끼 운동은 유류세 인상 반대에서 서민경제 개선, 직접민주주의 확대, 마크롱 대통령 퇴진 등의 요구로 확대되면서 눈덩치처럼 확대됐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노란 조끼 시위대’ 요구를 대폭 수용하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노란조끼운동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

이 같은 노란조끼운동이 최근 경유세를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한국사회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프랑스 파리의 비싼 임대료로 인해 대다수 저소득층은 파리 외곽에 거주하면서 자가용을 이용해 출퇴근을 한다. 도심으로 통근하면서 자동차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람들에게 유류세 인상은 생활비 부담과 직결된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프랑스 노란조끼운동’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노란조끼운동은 지속적인 유류세 인상에 따른 생활비 부담의 가중에 항의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생활운동이며, 프랑스 사회의 갈등구조가 ‘이념’에서 ‘생활’로 전환됐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노란조끼운동이 한국사회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김 선임연구위원은 “미세먼지 감축을 목적으로 하는 경유세 인상의 타당성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고, 경유세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수도권 주민들을 위한 안전하고 편리한 광역 대중교통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생활 기반형 사회적 갈등에 대해 정부의 일관되고 투명한 대응과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 광역 대중교통망의 확충 없이 ‘서민 증세’ 논란이 있는 경유세를 인상할 경우, 경유차로 광역권 통근을 하는 수도권 주민들의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6년 말 점차 확대된 '촛불 혁명'은 정권 교체로 이어지게 됐다./출처=파이낸셜리뷰DB
지난 2016년 말 점차 확대된 '촛불 혁명'은 정권 교체로 이어지게 됐다./출처=파이낸셜리뷰DB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시대는 오는가

우리나라의 ‘촛불 혁명’과 프랑스의 ‘노란조끼운동’은 모두 작은 불씨에서 시작됐다. 모든 一件大事(대사)에는 앞으로 벌어질 일을 미리 알려주는 ‘기미’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엇갈리는 기미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무슨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까. 소설가 이청준이 지난 1976년에 발표한 ‘당신들의 천국’이란 소설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 소설은 육군 대령 출신의 조백헌이 소록도병원장으로 취임한 뒤 한센병에 걸린 사람들의 천국을 만들겠다며 득량만 매립공사를 하다 한센인들과의 대립으로 실패하고 소록도를 떠났다가 7년 뒤 다시 돌아와 결혼식 주례를 맡는다는 내용이다. ‘당신들의 천국’은 자유 없는 권력은 증오를 낳고, 사랑 없는 권력은 강요된 의무만을 요구할 뿐이라고 고발한다. 권력은 사랑과 자유에 기초해야 하며 인간의 천국은 다른 인간의 천국과 대립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관건은 국민이 모두 함께 즐거워하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이다. 여민동락의 길은 쉽고도 어렵다. “고루 나누면 가난이 없고, 화목하면 모자람이 없으며, 편안하면 기울지 않으니(均無貧 和無寡 安無傾), 모자람보다 고루 나누어지지 않았음을 걱정하고(不患寡而患比例失调) 가난함보다 편안하지 않음을 걱정하라(不患貧而患焦躁惶恐)”는 가르침을 실천하느냐 아니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국민과 함께 즐거워하지 못한 마크롱은 항복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혼자 즐거워하는 독락(獨樂)은 국민을 고달프게 할 뿐만 아니라 어려운 국민은 지지를 거둬들인다고 말한다. 21세기 정보화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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