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무시하고 고집하던 케이슨 공법
이번 피해에서 가장 큰 고민은 높이 30m에 육박한 30억원짜리 대형 구조물 케이슨(16번) 밑 골재가 빠지면서 옆으로 이탈한 상태다. 문제는 케이슨 공법에 대한 우려는 계속 제기돼 왔었다는 점이다. 가거도항 공사는 2012년 12월 해양수산부 산하 목포지방해양수산청(농림수산식품부 서해어업관리단)이 ‘가거도항 태풍 피해 복구공사’란 명칭으로 조달청을 통해 발주(최저가낙찰제 적용 대상 공사)했고, 삼성물산이 1800억원대 공사를 66% 수준인 1189억원대로 제시해서 수주를 했다. 해양수산부는 공사 시행 전 설계의 적법성을 평가하기 위해 K대학교에 의뢰해 시행한 수리모형실험 결과, 안정성 측면에서 사석경사제공법은 100년 이상 보장되는 시공방법이고, 케이슨 공법은 50년이 보장되나 해양수산부는 케이슨 공법을 선택해 시공하게 됐다. 이에 삼성물산 측은 가거도항은 먼바다에 위치한 섬이고 파도가 거세기에 케이슨 공법이 맞지 않고 파도가 높은 곳은 케이슨 공법보다 사석경사제 공법이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케이슨 공법은 수중이나 연약지반에 큰 구조물을 세울 경우 철근콘크리트 등으로 통 또는 상자 상의 구조물을 만들어 땅 속에 묻어 기초로 하는 공법인데 파도가 거셀 경우 침식이 되면서 구조물이 자칫하면 무너질 위험이 있다. 반면 사석경사제 공법은 경사진 면에 돌이나 테트라포드 혹은 흙 등을 쌓아 만드는 방법으로 연약한 해양 지반에서도 사용이 용이하며 시공이나 보수가 편리한 것이 장점이다. 또한 경사진 특징 때문에 거센 파도가 쳤을 경우에도 다시 되돌아 치는 반사파가 적으면서 돌이나 테트라포드 혹은 흙의 손실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파도가 거세게 치는 바다에는 케이슨 공법보다는 사석경사제 공법이 유리하다. 삼성물산이 착공 전 해수부에 ‘설계도서 사전검토 의견’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케이슨 공법보다 사석경사제가 적합하다고 의견을 냈지만 묵살됐다. 이를 두고 일가겡서는 해수부와 설계사인 H사와 모종의 커넥션이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케이슨 공법 끝내 골칫덩어리로
이처럼 케이슨 공법을 고수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태풍의 피해를 입으면서 케이슨 공법이 가거도항 방파제로 맞지 않다는 것이 증명됐다. 지난해 태풍 링링이 상륙하면서 가거도항 방파제가 훼손됐다. 그런데 올해 태풍 바비로 인해 또 다시 훼손된 것이다. 이는 케이슨 공법이 가거도항에 맞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며, 케이슨 공법을 고수한 해양수산부와 설계업체 H사와의 관계에 대해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올해 태풍이 ‘바비’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0월말까지 한반도로 향할 태풍이 최소 4개 이상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만약 태풍 ‘바비’ 혹은 지난해 태풍 ‘링링’급 태풍이 또 다시 가거도항에 불어닥친다면 케이슨공법의 가거도항 방파제는 또 다시 유실될 수밖에 없다. 해양수산부가 어떤 태풍이 와도 끄떡 없는 방파제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그 꿈은 여지 없이 깨지게 되는 것이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