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 사례 꾸준히 증가
중국이 자국의 교과서를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한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우리 역사를 왜곡한 사례는 꾸준히 증가해왔고 그중에는 심각한 내용도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외교부와 동북아역사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5건에 불과했던 한국사 왜곡사례는 2020년 들어 12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특히 역사왜곡의 내용 중에는 지도상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것은 예삿일이고 발해가 당나라의 신속국(臣屬國)이라거나 6.25 전쟁의 원인을 북한의 남침이 아닌, 미국과 UN군에 있는 것으로 서술하기도 하고 연장성과 진장성 동단을 압록강, 청천강까지 연장시킨 동북공정의 결과물까지 반영돼 있었다.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역사왜곡이 국정교과서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시사점이 있다.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교과서에 대한 국가의 관여 정도를 기준으로 구분할 때, 국정교과서는 국가가 교과서 저작에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민간이 교과서를 집필하는 검정 교과서와는 저작 의도와 방식에 있어 매우 큰 차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역사왜곡이 일시적이거나 우발적인 단순사건이 아닌, 국가 차원의 치밀하게 계획된 역사침탈 행위로 해석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국가 차원의 왜곡행위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그동안 중국에는 비공개적 물밑접촉에만 공을 들여왔다. 이는 일본 교과서의 역사왜곡 행위가 있을 때마다 외교부가 직접 대변인 성명을 내거나 매번 주한일본총괄공사 등을 초치해 공개적인 대응을 해 온 것과는 매우 다르다. 실제로 외교부는 홈페이지에 일본의 역사왜곡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성명을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게재해 왔지만, 중국은 2004년 8월 이후 단 1건도 발표하거나 게재하지 않았다. 중국에 대한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의 원인으로는 한·중 간 역사왜곡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2004년 8월, 상호 간 문제해결을 위해 맺은 ‘한중 외교차관 간 구두양해’가 꼽힌다. 외교부 관계자에 따르면 “고대사를 정치 쟁점화하지 않는다는 구두양해 이후 우리의 시정 요구로 왜곡사항이 상당수 시정된 바 있고 일을 더 키우지 않기 위해 주로 비공개 물밑접촉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2004년 당시 양해각서에 명시된 내용과 지속적인 중국 교과서 내 역사왜곡 행태를 감안하면 우리 정부가 이를 방치하고 애써 외면하는 모양새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리와 중국이 맺은 구두양해의 내용으로는 중국측, 고구려사 문제가 중대 현안으로 대두된 데 대해 유념, 양측, 우호협력관계 손상 방지 공동 노력, 양측, 고구려사 문제의 해결 및 동 문제의 정치화 방지 노력, 중국측, 정부차원의 고구려사 관련 기술에 대한 한국측 관심에 이해 표명 및 필요한 조치를 취해 문제의 복잡화 방지, 양측, 양국 학계 간 학술교류의 조속한 개최 노력 등이었기에 현재 역사왜곡 내용을 국정교과서에 반영한 중국은 약속 파기이자 위반이 명백한 상황이다. 이러한 우리 정부의 소극적이고 안일한 대응의 결과는 중국의 역사왜곡 내용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 각종 해외 서적에서 사실처럼 다뤄지는 결과도 낳았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동북공정 이후 해외 유명 세계사 교과서 출판사에서 발행한 세계역사책 40권 중 29권이 만리장성 동쪽 끝을 허베이성 산해관이 아닌 한반도 신의주, 압록강이나 평안북도, 평안남도까지로 서술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중국 당국이 고구려성인 ‘박작성’을 ‘호산산성’으로 둔갑해 ‘만리장성’으로 왜곡한 동북공정의 내용을 해외 서적이 사실로 받아들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지 의원은, “상황이 이런데도 중국의 역사왜곡에 즉각 대응하고 있다는 외교부의 해명은 우리 정부의 대중 외교가 무능하고 무기력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꼴”이라며 “외교부는 중국 눈치 보기에만 급급해 우리 역사가 중국에 강제로 침탈당하는 시대적 과오를 후세에 남겨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