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병훈 칼럼] 중국 총리 주은래, ‘동북공정’에 비수를 날리다
[백병훈 칼럼] 중국 총리 주은래, ‘동북공정’에 비수를 날리다
  • 백병훈
  • 승인 2022.06.2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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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59년 전 오늘은 한⸱중관계사에서 일대 획이 그어진 날이다. 중국 주은래(周恩來) 총리가 6월 28일, 역사침탈에 대한 자신들의 추악함에 비수를 날렸다. 모택동보다 더 존경을 받는다는 중국 최고지도자 중의 한 사람인 그의 행동은 양심이 갖추어진 지성이 아니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추악함은 40년 뒤 ‘동북공정’(東北建筑工程)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흠뻑 취해버린 대국쇼비니즘의 망상

국가를 위한 맹목적 애국주의가 쇼비니즘이다. 중국은 세계의 중심이 자신들이라는 망상을 실천하기 위해 중화사상(中華思维方式)으로 자신들을 덧씌워 왔다. 그리고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을 내세워 쇼비니즘의 광풍을 몰아 역사 다시 만들기와 영토 넓히기를 도모했다. 그 결과가 변경(邊境)을 대상으로 하는 ‘공정공작(建筑项目工作中)’이다. 티베트의 서남공정, 신장 위그루의 서북공정, 몽골의 북방공정, 대륙 남쪽의 해양변강공정, 대륙 중부의 단대공정과 탐원공정, 그리고 동북지역의 동북공정이다. 그들은 한족(漢族) 중심의 팽창주의적 중화의 역사를 다시 쓰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모든 민족은 중국의 부속민족이고 인접국의 역사는 한족의 문화라는 가당치 않은 논리를 내 놓았다. 그러나 역사는 다시 만드는 대상이 아니다. 요하와 홍산문화는 우리민족 태동의 땅이다. 그들은 황화문명보다 더 오래된 요하문명, 홍산문화도 자신들의 역사로 만들어 중화문명의 뿌리로 삼고자 했다. 중국은 대국쇼비니즘에 취해 고구려, 고조선, 발해 등 한국 고대사와 관련된 역사를 역사침탈이라는 제물대에 올렸다. 이렇게 시작된 동북공정(東北工程施工)을 둘러싼 충돌은 한반도에서 만큼은 중국 의지에 반하는 가장 첨예한 전선이 됐다. 그리고 한국과 중국 간의 역사갈등을 촉발시킨 수정주의적 역사왜곡이자 중국 쇼비니즘의 전형인 동북공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올해 2월 북경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이 자신들의 전통의상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한복 연출사건’처럼 역사의 동북공정은 문화의 동북공정으로 이어져 계속됐다. 동북공정이라는 거대한 저수지물은 언제라도 둑을 무너뜨리고 흘러넘칠 수 있다. 왜 그럴까? 중국의 공정공작은 그들 국가이익을 앞세운 공격과 방어의 기제를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한국 국회의 재중동포 법적지위에 관한 특별법 상정과 고구려 고분을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 신청하려는 북한의 시도에 대한 방어책으로 중국이 ‘동북공정’을 서둘러 추진했다. 북한이 신청한 고구려 고분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은 고구려사를 자신들의 역사라고 주장하는 논리와 정면 충돌되고 자기모순이 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거대한 영토와 인구를 무기삼아, 과거의 역사라는 시간과 영토라는 공간 모두를 끌어안아 세계사 속의 주인이 중화라는 야망을 지속시키고 싶은 것이다. 55개에 달하는 중국내 소수민족 안정화 방책으로 공정공작이 작동됐고, 동북공정은 한반도 통일 후 동북지역의 조선족 분리독립운동 가능성과 국경문제 등을 대비하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의 성격이 크다. 그런 뜻에서 한⸱중간 역사갈등은 역사관의 차이에서 연유한다는 일부 학계의 생각은 옳지 않다. 이 문제는 단순히 학술적 차원의 역사해석 차이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중국은 속지주의 관점에서 옛 역사와 문화의 모든 근원이 중국이라고 강제하면서 자기최면을 건다. 동북지역의 역사와 민족문제를 정치적으로 재해석하여 시간과 공간의 지도를 다시 그려내려는 의도이다. 자신들의 영토 안정과 확대를 꾀하려는 국가전략상의 문제인 것이다.

아름다운 역사의 반전

지도를 다시 그리고 싶은 그들의 충동은 시간적 역사의 확장과 공간적 영토의 확대를 넓히려는 역사침탈로 등장했다.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종속⸱지배권 확립을 위해 역사와 문화에서부터 한민족의 정신과 영혼까지도 해체해 버리려 했다. 그 결과의 하나가 고구려는 중국 소수민족의 지방정권이라는 억지였다. 그런대, 자신들의 역사 왜곡과 침탈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놀라운 일이 중국 최고지도자의 한 사람으로부터 벌어졌다. 놀랍게도 그 주인공은 현직 중국 총리 주은래였다.

역사의 반전이다.

1963년 6월 28일, 주은래 총리가 북한의 조선과학원 대표단과의 공식만남에서 중국의 고조선, 고구려, 발해사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 역사왜곡과 침탈을 시인하고 사과했던 것이다.“역사학의 일부 기록은 진실에 그다지 부합되지 않는다. 이것은 중국 역사학자나 많은 사람들이 대국주의, 대국쇼비니즘의 관점에서 역사를 서술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우리는 당신들의 땅을 밀어붙여 작게 하고, 우리들이 살고 있는 땅이 커진 것에 대해 조상을 대신해서 당신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사과의 뜻을 분명히 했다. 덧붙여 요하유역을 고구려와 조선의 땅임을 인정했다. 만주지방과 요하지역이 결코 중국 한족의 땅이 아니었음을 자백한 것이다. 이어진 그의 발언은 감동적인 것이었다. “역사는 왜곡할 수 없다. 두만강, 압록강 서쪽은 역사 이래 중국 땅이었으며 심지어 예로부터 조선은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말이고, 이것은 역사왜곡이다. 모두 역사학자의 붓끝에서 나온 오류이다”는 말로 질타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할 말을 잊는다. 모든 것의 본질이 다 나왔기 때문이다. 나라가 몸이고 역사는 혼이다. 그는 문제의 맥을 정확히 짚었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같은 그의 담대한 독백은 중국 외교부의 <外事操作通報> 1963년 제10기에 기록되어 있다. 이런 인간고백은 양심과 지성과 용기가 결합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그는 우리민족이 걸어 온 옛 시간과 공간의 자취를 인정하고 자신들의 역사침탈이 잘못된 것임을 밝혔다. 주은래의 발언은 동북공정의 근간을 뒤흔든 역사적 사건이다. 그는 자신들이 만든 동북공정에 비수를 날렸던 것이다.

백병훈 약력건국대학교 비교정치학 박사

국가연구원 원장 한국정치심리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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