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전예빈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ICT 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시작된 창조경제를 기점으로 문화와 ICT 인프라의 결합이라는 야심찬 계획은 서서히 동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구체적인 로드맵도 힘이 떨어지고 있다.
2017년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인 12월 2일이 임박했지만 현재 국회는 최순실 게이트 블랙홀에 빠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아울러 당장 최순실과 연관된 문화창조융합벨트 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창조경제문화센터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관련업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가운데 무려 1748억 원을 최순실 예산으로 규정했으며, 예산안조정소위가 약 887억원을 감액한 상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일자리 분야의 경우 게임에 635억원, 사물인터넷 융합기술에 275억원, 가상현실에 192억원을 책정하며 내년을 기점으로 나름의 동력을 마련한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었으나 이 역시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가상현실(VR)의 경우 최순실 게이트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VR콘텐츠협회장인 마해왕 씨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받는 가운데 문체부 중심의 로드맵은 사실상 생명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창조경제는 스타트업’이라는 공식이 폐기수순을 밟으며 창업 생태계 전반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최순실 패거리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음이 확인되며 큰 그림 자체가 붕괴하는 분위기다.
인터넷전문은행 이슈도 초미의 관심사지만, 현 상황에서는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은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를 중심으로 심도있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나 그 이상의 결과물은 도출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이 은산분리 완화에 있어 다소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KT와 카카오를 중심으로 본인가 추진이 빠르게 전개되는 분위기는 감지되지만 핵심적 요소는 빠져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만약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주요 플레이어의 참여가 느슨해진 상태에서 사실상 고사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핀테크 전반에 대한 동력 상실도 우려된다. 임종룔 금융위원장이 경제 부총리로의 '영전'을 앞두고 있지만 국회 청문회 일정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전개되던 핀테크 및 크라우드펀딩 로드맵이 방향성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개정안은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의 법안소위 여부를 앞두고 여야가 총력전을 펼치는 가운데 오는 29일 미방위 전체회의는 파행을 거듭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만약 29일 전체회의가 소득없이 끝나면 12월 9일 시한인 정기국회 통과도 불가능하다. 지원금 상한제 폐지 등의 굵직굵직한 논의들은 당분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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