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국세청과 건강보험공단이 각각 세금과 보험료를 카드 납부로 권장하고 있지만 정작 카드수수료는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수수료 10년간 1조1678억원
4일 국회 정무위원회 강병원 의원이 금융결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세 카드납부에 따른 연도별 납부대행수수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2~2021) 국세의 카드납부로 인한 수수료가 모두 1조 167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자료를 보면 카드납부 수수료는 2018년 800억, 2019년 870억, 2020년 1070억, 2021년 1250억로 매년 증가세를 보여왔다. 이는 모두 납세자 몫이다. 국민이 세금을 내면서 수수료까지 부담하고 있었던 셈이다.
현행 제도를 보면 부가세나 종합부동산세·상속세 등 국세를 카드로 납부하면, 최대 0.8%의 수수료를 본인이 부담하도록 규정한다.
국세 30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2만 4천원, 국세 50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4만원의 수수료를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꼴이다. 수수료를 받지 않는 지방세(자동차세·주민세 등)과는 대조적이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는 카드결제와 현금결제로 인한 차등 대우를 원천 금지하면서 “신용카드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 “신용카드가맹점은 가맹점수수료를 신용카드회원이 부담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한다.
오직 국세청만 납세자에게 수수료 전가하는 것이 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병원 의원은 이와 관련해 “법을 위반하는 국세청 그리고 이러한 공백을 방치하고 있는 금융위원회 모두가 공범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강 의원은 이어 “정부기관이 책임을 미루고 있는 사이 그 부담은 온전히 국민과 영세 소상공인 등에게 전가되고 있다. 조속한 법령과 제도의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건강보험료 카드수수료 매년 증가
문제는 국세청 뿐만이 아니다. 건강보험료 납부 시 국민이 부담하는 카드수수료가 매년 증가하면서, 민간보험과 비교할 때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병원 의원이 국민건강보험에서 제출받은 ‘건강보험료 납부에 따른 카드수수료 발생액 및 가입자 부담액’에 따르면, 2015년 72억원 수준이었던 가입자 부담액은 지난해 505억원으로 7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 8년여간 보험 가입자가 부담한 카드 수수료는 총 2237억원에 달한다. 카드 사용의 증가와 함께 가입자 부담액 역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건강보험료를 카드로 낼 경우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는 각각 최대 0.8%·0.5%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다른 민간보험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에 따라 카드 결제 수수료를 각 보험사에서 부담한다. 민간보험들과 비교할 때, 현행 건보료 납부체계의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과거에는 건강보험공단이 수수료를 부담했다. 그러나 현금납부자와의 형평성과 건보료 징수의 효율성 등을 이유로 ‘국민건강보험법’ 제79조의 2가 개정됨에 따라 수수료를 국민이 부담하게 됐다.
그러나 건강보험법 개정 당시보다 카드 수수료율이 낮아졌고, 신용카드 납부자가 대부분 지역가입자임을 고려할 때 가입자 부담을 완화와 안정적 건보료 징수를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강병원 의원은 “필수가입인 자동차보험이나 지방세는 카드 수수료 부담이 없지만, 건강보험료나 국세는 국민이 수수료를 낸다”고 진단했다.
강 의원은 이어 “중구난방이고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규정을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신용결제 제도 전반을 관장하는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관계 부처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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