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따라 베트남 가는 농심…팔도‧오뚜기 왜 빠졌나
尹 따라 베트남 가는 농심…팔도‧오뚜기 왜 빠졌나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3.06.14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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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한국인의 라면 사랑은 유별나다. 1인당 연간 라면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77개, 평균 5일에 한번씩 라면을 먹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세계에서 라면을 가장 많이 먹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위 국가는 따로 있다. 바로 ‘베트남’이다. 베트남의 1인당 연간 라면소비량은 2021년 기준 88개, 4일에 한번꼴로 라면을 먹는다.  라면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보다 베트남이 ‘큰손’이지만, 베트남 라면시장은 자국회사 중심으로 진용이 구축돼있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라면기업은 팔도‧오뚜기‧농심. 이 중에서 오는 22일부터 24일 사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동행하는 라면기업은 ‘농심’ 뿐이었다. 팔도와 오뚜기는 제외됐다.  현재 베트남 시장 내에서는 팔도가 1위, 오뚜기가 2위, 농심이 3위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 경제사절단에 현지 1위 기업인 팔도가 아닌, 농심이 왜 이름을 올렸는지를 놓고 의아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농심이 글로벌 인지도가 있으니 선정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일본에서 출발할 당시 모습과 농심,팔도, 오뚜기 로고. (사진=대통령실, 농심, 팔도, 오뚜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일본에서 출발할 당시 모습과 농심,팔도, 오뚜기 로고. (사진=대통령실, 농심, 팔도, 오뚜기)

베트남 시장 1위는 ‘팔도’…현지 맞춤형 마케팅
2위 오뚜기 현지공장서 제품 생산…성장 가시화

베트남 라면시장은 약 70%가 현지 업체, 나머지 30% 가량을 외국 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라면이 외국업체의 55%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를 중국(20%), 태국(13%), 일본(9%) 등이 점유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라면 중 1위 기업은 ‘팔도’로 알려져있다.  국내 라면업체들 중 가장 먼저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팔도는 2006년 베트남 법인 ‘팔도비나(PALDO VINA)’를 세우고, 현지공장에서 라면 브랜드 ‘코레노(Koreno)’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유재석’으로 유명한 연예인 쩐탄을 공식 앰버서더로 발탁하고 코레노 홍보에 나선 바 있으며, 현지 맞춤형 마케팅을 활발하게 전개해오고 있다.   팔도 베트남 법인 팔도비나의 매출은 지난 2022년 기준 560억원, 전년동기 대비 7.7% 가량 신장하며 매출이 우상향하는 모습이다.  또다른 K-라면 기업 ‘오뚜기’는 베트남 시장 내 한국기업들 중에서는 2위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오뚜기 베트남 매출은 지난해 45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 오뚜기 역시 베트남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오뚜기는 2010년 베트남 법인을 설립한데 이어 2018년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박닌공장을 준공하고 진라면‧북경짜장 등 제품들을 생산해오고 있다. 사측에 따르면 현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는 진라면 시리즈, 진짜장 등의 짜장라면도 인기다.  업계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베트남 사람들은 매운맛의 국물을 선호하지 않고 차갑게 먹는 비빔면도 낯설어 한다. 때문에 신라면처럼 매콤한 맛을 자랑하는 국물이나 팔도비빔면 같은 비빔면류는 베트남에서 먹히기 어려운 실정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라면은 ‘미고랭’이라 불리는 국물 없는 볶음라면. 그나마 ‘짜장라면’이 볶음면에 제일 가까워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베트남 경제사절단 명단. (표 제공=대통령실)
베트남 경제사절단 명단. (표 제공=대통령실)

베트남에선 힘 못쓰는 ‘농심’…경제사절단 명단 올라

그렇다면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베트남으로 향하는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린 농심의 베트남 시장 내 사정은 어떨까.  농심은 2018년 베트남 법인을 설립한 바 있지만, 현지에 따로 공장을 두고 있지는 않다. 베트남 법인에서는 판매만 담당할 뿐 현지의 입맛을 겨냥한 제품 개발이나 생산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농심의 베트남 매출 역시도 2019년과 2020년 69억 수준이다가 2021년 75억원으로 성장하긴했지만 경쟁사인 팔도(560억), 오뚜기(450억)과 비교하면 상당히 격차가 벌어져있는 모습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베트남 시장에서 K-라면 중에서는 짜장라면이 인기를 끄는데, 짜장라면의 대표주자인 ‘짜파게티’가 크게 힘을 쓰지 못하는 점도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다.  때문에 베트남 경제사절단에 팔도나 오뚜기가 아닌 농심이 왜 선정됐는지 해석이 분분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실에서 별도의 선정기준이 있지 않았겠느냐”면서 “아무래도 농심이 글로벌 인지도가 있으니 선정된 것 같다”고 추측했다.  글로벌 인지도만 놓고 보면 영화 ‘기생충’ 등의 여파로 농심이 가장 영향력이 있다 보니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렸겠지만, 베트남 현지 공략을 위한 경제사절단을 꾸리는 과정에서는 다소 디테일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베트남 경제사절단 명단에 농심 신동원 회장이 아닌, 팀장의 이름이 올라 있는 것을 놓고도 말이 많았다. 다른 기업들은 회장‧부회장‧사장‧대표 등이 이름을 올린 반면 농심은 팀장 직급이 명단에 올라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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