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한미글로벌‧인천관광공사 ‘셋째 특진’…아기를 도구로 보는 세상
[시시콜콜] 한미글로벌‧인천관광공사 ‘셋째 특진’…아기를 도구로 보는 세상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3.06.15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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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준다고 애 낳나? 다둥이 아빠 정성호 일침
日기업, 육아휴직시 동료들에 수당…친화적 분위기 중요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최근 건설사업관리(PM) 전문기업 한미글로벌의 파격적인 승진제도가 화제를 모은데 이어 이번에는 공기업인 인천관광공사가 같은 내용의 승진제도를 꺼내들었다. 저출산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상황에 파격승진 제도가 일종의 마중물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는 취지지만, 일각에서는 실효성도 없는데다가 '역차별' 논란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반대쪽에서는 오죽하면 이런 정책까지 나왔겠느냐는 한탄 어린 지적도 나온다. 이미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긴 마찬가지다. 
앞서 아이 5명을 낳아 키우고 있는 다둥이 아빠 개그맨 정성호 씨는 방송에 출연해 “엄마 아빠가 희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일침을 놓은 바 있고, 자녀를 둔 시민들도 “낳으면 뭐 해준다 이럴게 아니라 눈치 안보고 편하게 낳아 키울 환경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아기 유모차를 둘러보는 시민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아기 유모차를 둘러보는 시민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미글로벌 이어 인천관광공사도 ‘셋째 특진’…역차별 논란도

인천관광공사는 최근 저출산·고령화 위기 극복을 위해 셋째자녀 출산시 직원을 특별승진 시켜주는 내용의 인사방침을 수립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5급 이하 직원이 둘째를 출산할 경우 인사마일리지 가점을 부여하고, 셋째 출산시 특별승진 우대를 적용한다. 셋째 출산 특별승진은 승진연한이나 고과 등의 조건과 상관없이 1회 1직급에 한해서는 무조건 승진되는 것이 골자다.  이에 앞서서는 건설사업관리(PM) 전문기업 한미글로벌의 저출산 복지제도가 널리 화제가 됐다. 한미글로벌 역시 셋째자녀 출산시 출산지원금 500만원과 함께 승진연한‧고과 등 조건없이 특별승진 시켜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전부터 출산에 진심이었던 한미글로벌은 육아휴직 기간도 근속연수로 인정해주고, 법정 출산휴가 이외의 특별 출산휴가 한달을 유급으로 부여하는데 더해 유연근무제도 등 다양한 출산‧육아 관련 정책들을 펴오고 있다. 아예 사내에 결혼추진위원회까지 두면서 결혼하면 주택자금으로 1억원을 빌려주는 제도도 두고 있다.  올해 초 인사혁신처가 3명 이상의 다자녀를 양육하는 공무원에게 인사상 우대 혜택을 주기로 한데 이어 관련 제도에 동참하는 기관‧기업들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결혼할 여건이 되지 않아 하지 못한 미혼자,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해서 딩크를 결심한 이들 등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발적 미혼, 자발적 딩크와는 달리 어쩔 수 없이 미혼과 딩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로서는 이중으로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첫째 낳으면 얼마, 둘째 낳으면 얼마 주겠다는 식의 저출산 정책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막상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사람들은 혜택을 바라고 아이를 낳은게 아니라며 오히려 '이렇게나 많이 혜택을 주는데 뭐가 힘들다고 징징대냐'는 지적이 더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애 낳으면 뭐 해주겠다는 식의 선심성 정책 보다, 아이를 낳아서 마음 편하게 키울 수 있는 환경만 조성된다면 출산율을 알아서 회복될 것이라는게 아이를 둔 기혼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5남매를 둔 다둥이 아빠 개그맨 정성호 씨가 JTBC 뉴스룸 '뉴썰' 코너에 출연한 당시 모습. (사진=JTBC 뉴스룹 캡쳐)
5남매를 둔 다둥이 아빠 개그맨 정성호 씨가 JTBC 뉴스룸 '뉴썰' 코너에 출연한 당시 모습. (사진=JTBC 뉴스룹 캡쳐)

아파트 준다고 애 낳나? 다둥이 아빠 정성호 일침

일례로 이달 초 JTBC 뉴스룸에 출연한 5남매의 아빠인 개그맨 정성호 씨가 “혜택을 많이 갖는다고 많이 낳을까? 그러면 기업 회장은 아이가 천명 만명이냐”는 작심 비판을 쏟아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성호씨는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 돈보다 중요한게 희생이다. 희생이라는건 돈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제가 말하는 건 아빠엄마가 희생할 수 있는 환경을 바꿔 달라는 것”이라며 “회사에서는 눈치보이게 출근하라 하고 희생하라고 하면서 임신 6개월만 되면 ‘뭐라 그랬어. 결혼하니까 뽑지 말랬잖아’라고 이야기하면 누가 아이를 갖겠나”라고 지적했다.  둘째 낳으면 아파트를 준다는 식의 정책에 대해서도 그는 “하나를 낳았는데 아이 키우는 엄마가 ‘그래, 이 정도면 아이 하나 더 낳을 수 있겠다’ 해야 하나가 더 생긴다. 그런데 하나도 힘든데 둘째를 낳으면 아파트를 줘? 오케이, 오늘밤 아파트 사러 가자. 이게 뭐냐. 이게 무슨 육아냐”며 핀잔을 놓았다.  서울 도봉구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40대 직장인 A씨는 “사실 첫째‧둘째 낳으면 얼마를 준다, 승진시켜준다는 정책들이 받는 입장에서는 좋긴 해도 그렇게까지 와닿는 정책은 아니다”라며 “사회 분위기가 출산‧육아에 친화적이고 아기가 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더 낳을 것”이라 말했다. 충남 천안에서 거주하고 있는 30대 워킹맘 B씨는 “주변 분위기 영향을 무시 못한다. 사는 동네가 워낙 아기들이 많아서 어울리기도 쉽고, 사람들도 전부 아이들에게 호의적이다. 직장에서도 애 낳고 불이익 없이 행복하게 사는 분들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출산 생각이 들었다”며 “애 낳으면 얼마 준다는 식보다 사회 전체적으로 결혼‧출산‧육아에 호의적인 분위기 형성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日기업, 육아휴직시 동료들에 수당…친화적 분위기 중요

아이를 낳으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아이 한명을 키우는게 힘들다는 의미도 있지만 결국은 아이를 가진 부모 주변에 육아를 도와주는 조부모나 육아도우미, 아기 기다리겠다며 먼저 퇴근하라고 등을 떠미는 직장동료, 모르는 동네 아이들에도 친절한 어른들까지 직간접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도 크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이 일본의 한 기업의 아이디어다. 미쓰이 스미토모 해상화재보험(三井住友船上火災保険)은 직원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해당 부서의 동료들에게 회사가 3000엔에서 최대 10만엔까지 일시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른바 ‘육아휴직 직장응원수당’인데, 육아휴직으로 떠난 직원의 빈자리를 채우는 남은 동료들이 부담을 크게 지면 질수록 일시금이 커지는 형태로 직장 전체가 출산과 육아를 응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출산‧육아에 부정적인 이들은 “애는 개인이 낳았는데 왜 국가가, 직장이, 동료가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아이를 낳은 개인 뿐만 아니라 주변도 행복해진다면 자연스럽게 출산‧육아도 응원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며 ”아이를 낳은 부모만 책임을 오롯이 져야하는 분위기에서는 출산율 반등은 어렵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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