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편의점 업계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그동안 1위 자리는 GS25가 지켜왔지만, 2위인 CU가 발표한 2분기 매출액이 2조982억원(연결기준)으로 GS25의 매출액 2조919억원(별도기준)을 앞서며 하반기 순위가 뒤집힐 수도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물론 GS25 측에서는 CU 매출의 경우, BGF리테일의 연결기준 매출인 반면 GS25 매출은 GS리테일의 편의점 부문 매출 만을 계산한 별도기준 매출이어서 단순비교는 어렵고 오히려 제대로 비교하면 GS25가 1위라고 주장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CU의 추격이 계속된다면 순위 변동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GS25의 경우 최근 새만금 잼버리에서 벌어진 바가지 논란에 이어 도시락 납품업체를 상대로 부당이득 356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 등 악재가 끊이질 않으면서 기존 고객 이탈까지 우려되는 만큼, CU에 쫓기는 상황이 됐다는 증권가 분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9.4% 증가한 2조982억원, 영업이익은 10.3% 증가한 781억원을 기록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7.1% 증가한 2조919억원, 영업이익은 3% 감소한 652억원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매출액만 놓고 비교하면 CU가 GS25를 앞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CU 매출은 BGF리테일의 계열사 매출까지 모두 포함한 ‘연결기준’ 매출이고, GS25의 매출은 계열사 매출을 포함하지 않은 ‘별도기준’ 매출이어서 단순비교 하기는 어렵다. CU 관계자는 “별도기준 매출은 오는 14일 공시할 예정”이라 밝혔다.
CU가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증가한 반면, GS25는 감소한 부분도 아쉬움이 남는다. GS25는 점포수 증가에 따라 인건비‧임차료 등 판관비 부담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지만, 똑같이 점포수를 늘려가고 있는 CU는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편의점 점포수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CU가 1만6787개, GS25가 1만6448개로 CU가 350여점 정도 앞서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편의점 업계에서는 CU가 공격적으로 늘려가는 점포수가 결국 실적에까지 영향을 미쳐 하반기 지각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요 상품군을 살펴보면 2분기에 CU가 GS25를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선 편의점 대표상품인 도시락의 경우, CU의 ‘백종원 도시락’이 GS25의 ‘김혜자 도시락’과 좋은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많은 이들이 혼자 먹기 편한 편의점 도시락을 찾았고 백종원 도시락은 300만개 팔려나가며 인기를 입증했다. 2017년 이후 재출시된 김혜자 도시락의 판매량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여기에 편의점 ‘고연전’을 방불케하는 ‘고려대빵’과 ‘연세대빵’이 또다시 히트를 쳤다. 연세우유 크림빵에 이어 고대1905 프리미엄빵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두 대학간의 미묘한 자존심 대결까지 펼쳐지며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CU에 따르면 고려대가 위치한 안암동과 연세대 소재 신촌동에서는 서울 내 다른지역 평균 판매량보다 빵 매출이 각각 127.2배, 30.5배로 압도적이었다.
이외에도 ‘할매니얼’ 트렌드를 겨냥한 약과 제품들을 선보이는 등 CU가 트렌드를 주도하는 매력적인 상품들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1위 업체인 GS25를 거침없이 추격해간 것이 2분기 실적으로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반기 역전론에 힘을 싣는 또다른 이슈들은 GS25를 둘러싼 악재들이다. 가장 최근에는 새만금 잼버리 행사에서 단독으로 편의점을 운영했던 GS25가 ‘바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500원에 팔리는 생수를 1000원에 팔고 700원인 얼음잔이 1500원에 팔리는 등 시중가 보다 비싼 가격으로 뭇매를 맞았다.
물론 GS25에서는 현장 구축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일부 상품가격을 인상한 것이라 해명했지만, 논란이 커지면서 부랴부랴 가격을 다시 시중가 수준으로 인하하고 생수 4만개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뒷수습에 나서야만 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산 꼭대기에 파는 라면이 비싼 것처럼 새만금 잼버리 현장까지 제품을 이송하는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가격을 올렸겠지만 시기가 너무 좋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회사 이미지는 이미지 대로 안좋아지고 비용은 비용대로 들어간 것 아니냐.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라 안타까움을 표했다.
편의점 도시락 등을 납품하는 하청업체를 상대로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논란 역시도 GS25가 안고 있는 악재 중 하나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GS25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GS리테일과 GS리테일의 전직 전무 등이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됐다.
GS리테일은 2016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편의점 도시락 등을 납품하는 9개사로부터 성과장려금, 판촉비, 정보제공료 등의 명목으로 356억원 상당의 불법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잇따른 악재에 기업 이미지 훼손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U의 경우 지속적인 점포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실적이 견조해 주목할만 하다. 반면 GS리테일의 경우 실적면에서 CU에 쫓기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고, 잼버리 바가지 논란이나 하도급법 위반 등의 악재가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하반기 순위변동의 가능성도 눈여겨 볼만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