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택배없는 날’ 올해는 반쪽짜리?
[오늘 통한 과거리뷰] ‘택배없는 날’ 올해는 반쪽짜리?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3.08.14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통합물류협회 앞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주최로 '택배없는 날 쿠팡 동참 촉구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통합물류협회 앞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주최로 '택배없는 날 쿠팡 동참 촉구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올해 8월14일은 택배기사의 휴식을 보장해주는 ‘택배없는 날’이다. 4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선언적 휴일이지만, 일부 업체의 불참으로 인해 이를 계속 이어가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20년 고용노동부와 한국통합물류협회, 주요 택배사들이 국내 택배산업 도입 28년 만에 처음으로 매년 8월14일을 ‘택배없는 날’로 정하고 모든 택배기사들이 쉬도록 하는 방안에 합의하면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공식적인 휴일인 셈이다. 사실 택배기사는 대부분 일반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직’으로,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도급계약을 맺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택배기사들은 정해진 노동시간이나 휴게시간이 없고 이를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아파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은 물론, 대체인력을 자발적으로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부분 참고 일한다는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19로 물량이 쏠리는 상황 속에서 일부 택배기사들이 과로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택배없는 날 공동선언은 “택배기사들도 쉬고 싶다”는 호소에서 출발한 업계의 자발적인 합의다. 법적 구속력은 없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J대한통운‧한진‧로젠‧롯데‧우체국택배 등 주요 택배사들은 2020년 이후 매년 8월15일 광복절을 앞두고 택배없는 날을 시행해왔다. 올해로 벌써 4년차를 맞았다.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도 ‘택배없는 날’ 시행 당시 “처음으로 업계와 정부가 노동자들의 휴식보장을 위해 힘을 모았다”며 “휴식 있는 삶을 위한 첫 걸음을 마련해준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다”고 예를 표한 바 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일하는 택배기사들 입장에서는 ‘택배없는 날’이 공식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휴일의 개념이었다.  하지만 올해 ‘택배없는 날’은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 ‘쿠팡’ 등이 택배없는 날에 동참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쿠팡 뿐만 아니라 자체 배송망을 활용하는 SSG닷컴, 마켓컬리도 별도의 휴무 없이 배송을 이어갈 예정이며 GS25‧CU 등 편의점 반값 택배도 정상 운영된다.  이커머스 대표주자인 쿠팡은 지난 4일 아예 보도자료를 내고 “쿠팡 택배기사는 언제든 휴가를 갈 수 있어 택배 쉬는 날이 필요 없다”고 경쟁사 비판에 나섰다.  쿠팡은 “쉬고 싶어도 구조적으로 쉴수 없어 여름휴가를 못 가는 택배기사를 위해 매년 8월14일을 ‘택배없는 날’로 지정했지만, 쿠팡의 택배전문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기존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쿠팡 택배기사는 365일 언제든 휴가를 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쿠팡 퀵플렉서(택배기사)의 입을 빌려 “일반 택배업계는 독점노선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쉬고 싶으면 하루 25만원가량 드는 외부 택배기사(용차)를 택배기사 본인 부담으로 투입해야 한다. 3일 휴가를 가기 위해 75만원 가량을 낼 의향이 있어도 용차기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경쟁업체를 정조준했다.  비판의 대상이 된 택배사들은 즉각 발끈했다. CJ대한통운은 입장문을 통해 “택배사들은 쉬고 싶을 때 마음대로 쉴수 없어 ‘택배 쉬는 날’을 만들었다는 왜곡된 주장을 바탕으로 기존 업계를 비난하는 것은 택배산업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놓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CJ대한통운은 “경영부담을 감수하고 택배쉬는 날에 동참하는 것은 택배산업이 기업 뿐만 아니라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선기사 등 종사자 모두와 상생해야 발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자기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수년간 진행되어 온 택배업계 전체의 노력을 폄훼하는 행위를 소비자들이 ‘혁신’이라고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거듭 날을 세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