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대한민국은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조선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첨단기술을 자랑한다.
그만큼 기술유출에 대한 가능성도 크기 마련인데, 최근 들어 국가핵심기술을 비롯해 다양한 영업비밀에 대한 유출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업비밀‧핵심기술 유출 사례는 ‘삼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중국 경쟁사에 반도체 핵심기술을 무단으로 넘긴 삼성전자 전직 부장급 직원이 구속되는가 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경쟁사로 이직하려는 직원을 영업비밀 관련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하는 일까지 있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기술유출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라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을 중국 회사에 유출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삼성전자 부장 출신인 A씨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2016년 중국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로 이직하면서 국가핵심기술인 삼성전자의 18나노 D램 반도체 공정 정보를 무단으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A씨가 다른 7개 핵심공정 관련 기술자료도 넘겼을 뿐만 아니라 최소 세후 5억원이 넘는 금액을 제시하며 삼성전자와 관계사의 기술인력 20여명을 빼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와 협력업체가 입은 피해금액은 검찰 산출금액 기준 2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비밀을 중국 기업에 빼돌린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생산장비 제조 업체 ‘톱텍’의 영업부장이었던 B씨는 삼성디스플레이의 3차원(3D) 라미네이션 기술 관련 영업비밀을 외부에 유출한 혐의로 지난 2019년 재판에 넘겨졌다.
3D 라미네이션은 곡면으로 성형한 아몰레드 패널의 가장자리를 완벽하게 붙이는 초정밀 접합기술로, B씨는 해당 기술을 빼돌리는 대가로 중국의 한 제조회사로부터 억대 연봉을 제안 받았다. 이후 중국에 회사를 설립하고 억대 연봉을 제시하며 톱텍 엔지니어 등을 영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영업비밀 유출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업무 문서를 외부로 유출한 직원 2명을 경찰에 고소했는데 해당 직원들 중 1명인 C씨는 경쟁사인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회사에 퇴사 통보를 한 이후 업무정보가 담긴 문서를 출력해 외투 속에 소량씩 숨겨 무단 반출하다 보안검색 과정에서 적발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즉시 유출된 문서와 파일을 모두 회수하고 롯데바이오로직스 측에 관련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이들에 대해 영업비밀침해 금지 밋 전직금지 가처분 소송과 형사고발 등 법적대응을 계속 이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 외에 다른 기업들도 영업비밀 유출로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방역소독 및 해충방제 전문중견기업 세스코가 GS그룹 계열사 삼양인터내셔날을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등을 한 사례가 있다.
세스코 측은 삼양인터내셔날이 자사에 20여년간 근무한 법인영업 총괄팀장을 회유해 수십년간 쌓아온 고객 마스터 데이터, RM(Relationship management )자료, 고객 리스트 등을 불법 취득해 영업 담당직원들에게 전달‧활용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2부(부장판사 김봉규‧김진영‧김익환)은 D씨에 징역 8개월 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던 1심 판결을 부분 파기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D씨가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삼양인터내셔날에서 사직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 취득한 정보 중 실제 사용한 부분은 일부분에 불과하고 실계약 성사까지는 이르지 못한 점 등을 들어 감형했다고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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