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와 손잡은 한미약품…양사 시너지 낼까
OCI와 손잡은 한미약품…양사 시너지 낼까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4.01.15 14: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한미약품과 글로벌 소재·에너지 전문기업 OCI가 손을 잡고 대주주 지분 맞교환 방식으로 ‘기업 간 합병’을 추진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완전히 다른 이종기업 간의 결합이기 때문에 시너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지만, 양사는 각각의 니즈를 충족했다.  OCI로서는 제약‧바이오라는 신사업 진출 과정에서 든든한 우군을 얻었고 한미그룹으로서는 ▲신약개발을 위한 실탄 장전 ▲5000억원 넘는 상속세 문제 해결 ▲후계자 낙점 등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남아있는 문제는 OCI그룹과의 통합 과정에서 불거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이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을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가운데 임 실장이 OCI홀딩스-한미사이언스 합병의 밑그림을 그렸고 실제로 지배력 강화로 이어졌다.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이번 발표에 대해 어떠한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 없다”고 밝혔고, 차남인 임종훈 사장 외 우호지분과 손을 잡고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모녀와 장‧차남의 대결구도가 펼쳐지는 셈이다. 
/사진=OCI, 한미그룹 로고.
/사진=OCI, 한미그룹 로고.

한미약품-OCI ‘이종결합’…한미가 얻은 것들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OCI홀딩스는 7703억원을 투입해 한미약품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인수한다. 또한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실장은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한다. 한미약품은 제약‧바이오, OCI는 태양광‧반도체‧이차전지 소재 등의 사업을 영위해왔다. 두 기업의 사업내용만 놓고 보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할 수밖에 없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양사의 니즈가 부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OCI는 최근 신사업으로 제약‧바이오 사업을 낙점하고 업계 진출에 관심을 보여 왔다. 실제로 OCI는 지난 2022년 3월 부광약품 지분을 인수, 경영권을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오른 이후 바이오 분야 역량강화를 위해 고심해왔고 제약업계 R&D 강자로 꼽히는 한미약품과의 교류가 이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OCI 이우현 회장과 임주현 실장이 만나 이번 이종기업 간 합병을 결정하고 구체적인 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실장이 통합의 밑그림을 그린 셈이다.  신사업인 제약‧바이오 시장에 진출하는 OCI그룹으로서는 R&D 강자인 한미약품 그룹과 한배를 탐으로써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미약품 그룹 입장에서도 이점이 한두개가 아니다. OCI의 현금창출 능력을 신약개발 투자에 보태 실탄을 장전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창업주인 故임성기 회장의 타계 이후 회사를 상속받으면서 발생한 5000억원이 넘는 상속세 문제도 지분매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계자 낙점 문제 역시도 일부 정리됐다. 지난 2020년 故임성기 회장의 별세 당시에만 하더라도 그룹의 후계자는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했지만 故임성기 회장의 배우자인 송영숙 회장이 사령탑에 오르면서 기존 후계구도는 불투명해졌다.  이후 송 회장 측이 장녀인 임주현 실장 쪽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주면서,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사장 직함은 갖고 있지만 사실상 경영에는 권한이 없는 상태에 놓였고 이번에 진행된 OCI홀딩스-한미사이언스 ‘기업 간 합병’도 임종윤 사장은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13일 임종윤 사장은 자신의 회사인 ‘코리그룹’의 X(옛 트위터)를 통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로도 이번 통합과 관련해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반발했다. 이후 한미약품 측은 공식입장문을 통해 “이번 통합 절차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으로,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이지만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임종윤 사장과 만나 이번 통합의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고 통합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 덧붙였다.  그룹 내부 게시판에는 아예 ‘새로운 50년, 새로운 한미가 시작됩니다’라는 제목으로 송영숙 회장의 메시지까지 올라왔다.  송 회장은 “한미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동반자와 함께 보다 크고 강한 경영 기반을 우선 마련해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한미그룹과 OCI그룹이 공동경영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이라 밝혔다. 그는 “그룹 간 통합 이후에도 ‘회사가 한미 가족 여러분들 삶의 울타리가 돼 주겠다’는 기존 약속은 변함없을 것”이라며 “새로 가족이 된 OCI그룹 임직원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상생을 위한 경영 파트너로서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사옥과 (왼쪽부터) 장녀 임주현 실장, 모친 송영숙 회장, 장남 임종윤 사장.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 사옥과 (왼쪽부터) 장녀 임주현 실장, 모친 송영숙 회장, 장남 임종윤 사장. /사진=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불씨 여전…지분싸움 본격화 될까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OCI그룹-한미그룹 기업간 통합을 계기로 수면 아래에 머물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20년 故임성기 회장의 별세 이후 2022년 장남 임종윤 사장이 돌연 지주회사(한미사이언스)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송영숙 회장과의 불화설부터 다양한 설들이 제기됐다.  표면적으로는 ‘책임경영’이었지만 송영숙 회장의 입김이 강해지며 임종윤 사장의 힘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적지 않았다. 각종 해석들은 2024년 OCI그룹-한미그룹 기업간 통합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기준, 현재의 지분 비율을 보면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 11.66%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 10.20%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9.91%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 10.56% 등이다.  장남과 차남의 지분을 합하면 약 20%에 달하며 여기에 우호지분을 더하면 비율이 더욱 높아진다. 충분히 지분싸움을 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물론 한미그룹 측은 절차는 적법했고 통합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설명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임종윤 사장 측은 임시이사회 소집 요구나 가처분신청 등 법적대응까지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미그룹 창업주 별세 이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