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대장부’ 단종 이후 ‘여울’로 재도전, 아직은 지켜봐야
‘새로’와 닮은 꼴? 크러쉬 부진 속 간절한 신제품 ‘여울’의 성공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설 명절을 앞두고 ‘증류식 소주’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화요 ▲일품진로 ▲원소주에 이어 롯데칠성음료도 ‘여울’이라는 제품을 선보이며 애주가 공략에 나섰다.
신제품 출시 소식은 지난달 25일 전해졌지만, 일주일이 지난 현재 시장에서 ‘여울’의 모습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소비자들 역시도 “여울이라는 제품명은 처음 들어본다”부터 “술집에서 여울 있냐고 하니까 그게 뭐냐고 하더라”까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실제로 유명 식당 등에서 신제품 ‘여울’을 알고 있냐는 물음에 많은 사장님들이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롯데칠성음료에서는 ‘여울’을 시장에서 찾기 힘들다는 지적에 “현재 출고일 기준 일주일 정도 지났긴 하지만 아직 식당‧술집 등에서 찾기 힘들 수 있다”며 “희석식 소주가 아닌 증류식 소주다 보니 판매량 자체가 많지도 않고, 일품진로‧화요 같은 제품들이 공고하게 버티고 있어서 과거 신제품 ‘새로’ 출시 때 같은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선물세트 특수를 겨냥해 설명절 전에 출시한 만큼, 우선 대형마트 등에서는 제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좀더 마케팅에 집중해나갈 것”이라 덧붙였다.
기존에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 부문이 기존에 갖고 있던 증류식 소주는 ‘대장부(大女婿)’라는 술이었다.
2016년 당시 프리미엄 소주인 ‘증류식 소주’ 시장 공략을 위해 대장부라는 제품을 야심차게 선보였지만, 화요‧일품진로의 벽을 넘지 못했고 결국 출시 5년 만인 지난 2021년 단종 수순을 밟았다.
대장부는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증류식 소주의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2022년 가수 박재범이 출시한 증류식 소주 ‘원소주’가 출시 두달 만에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다시금 증류식 소주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했고 관련 제품을 보유한 기업들의 실적도 우상향했다.
화요를 판매하는 주식회사 화요는 2022년 매출액이 전년대비 68.1%, 영업이익은 107% 성장했으며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도 인기에 힘입어 2022년 판매량이 전년동기 대비 약 66% 증가했다.
증류식 소주 시장이 다시 급부상하자, 롯데칠성음료에서는 철수했던 시장에 재진입을 예고했다. 화요‧일품진로의 벽을 넘지 못한채 쓴맛만 보고 철수했던 롯데지만 다시금 ‘여울’이라는 제품을 선보이며 재기를 노리는 것이다.
사측에서는 ‘라인업 다변화’ 측면에서 제품을 선보인 것이라 설명했지만, 여전히 뜨거운 증류식 소주 시장을 놓치기에는 아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미 ‘대장부’로 실패해본 경험이 있는 롯데인 만큼 신제품 ‘여울’은 기존에 출시했던 제품과 비교해 컨셉‧패키지 등 다양한 면면을 다르게 했다.
먼저 패키지를 보면 묵직한 모습의 외관을 갖고 있었던 ‘대장부’와는 달리 이번에 출시된 ‘여울’은 외관만 놓고 보면 언뜻 ‘새로’와 비슷한 모습이다.
롯데칠성음료 측은 “예전에 있었던 롯데의 증류식 소주 ‘대장부’가 향이 굉장히 강했던 반면, 이번에 출시한 ‘여울’은 향이 은은하다”며 ‘입안에 흐르는 향긋한 여운’이라는 콘셉트를 담아패키지에 구현해낸 것이라 전했다.
하지만 주류업계 일각에서는 롯데가 2022년 출시한 투명색 병의 ‘새로’를 앞세워 젊은 세대를 중점적으로 공략, 7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억병을 돌파하는 등 재미를 봤던 만큼 ‘여울’을 통해 ‘새로’를 떠올리게 하는 마케팅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컨셉 면에서도 ‘대장부’라는 이름답게 강렬함을 자랑하던 이전 제품과 달리 ‘여울’은 은은함을 메인 컨셉으로 두고 있다.
최근 들어 증류식 소주가 다시금 인기몰이를 한 배경에는 ‘홈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것)’ 문화의 확산과 함께 술과 음료‧시럽‧과일 등의 재료를 섞어서 마시는 ‘믹솔로지(Mix+Technology)’ 트렌드가 자리하고 있다.
하이볼이 인기를 끌면서 위스키는 물론이고 증류식 소주로까지 관심이 번져간 만큼, 섞어 먹기 쉽도록 향과 맛이 강했던 ‘대장부’ 스타일 보다는 은은한 ‘여울’로 신제품 증류식 소주의 컨셉을 잡았다는 평가다.
롯데칠성음료에게 있어 새롭게 출시된 증류식 소주 ‘여울’의 성공은 간절할 수 있다.
한때 하이트진로가 ‘진로’라는 한자 이름의 소주를 우리말로 바꿔 ‘참이슬’이라는 제품을 선보이며 성공을 거둔 것처럼 롯데칠성음료도 ‘처음처럼’을 연상시키는 ‘새로’로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새롭게 출시한 맥주 ‘크러쉬’의 부진 등으로 성장을 기대하기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통적인 주류회사인 하이트진로와 달리 증류식 소주 시장에서 인기를 끈 ‘화요’나 ‘원소주’는 각각 도자기 회사, 연예인이 만든 술인 만큼 주류회사인 롯데칠성음료가 증류식 소주 시장에서 정체성을 공고히 할 수 있을지 역시도 주목된다.
▷화요
도자기 회사 ‘광주요’에서 주류 브랜드를 만들고 증류식 소주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제품이다. 한자 燒(사를 소)를 火(불 화)+堯(높을 요)로 쪼개서 ‘화요’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알려져 있다. 메론향이 매력적인 제품으로 2005년 화요41을 시작으로 ▲17도 ▲25도 ▲53도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며, 도자기 회사답게 고급스러우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의 병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일품진로
2007년 하이트진로에서 출시된 제품으로, 오크통에서 장기 숙성한 원액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일품진로(25도) ▲진로1924헤리티지(30도) ▲일품진로 고연산(31도) 외에도 창사 99주년을 맞아 출시한 알코올 도수 43도의 ‘일품진로 오크43’ 등 로열 프리미엄급 증류식 소주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원소주
원소주는 가수 박재범이 직접 소주회사 ‘원스피리츠’를 창립한 뒤, 2022년 출시한 제품이다. 국내 양조장들과의 협업 하에 제품을 생산했으며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꺾고 2022년 기준 매출 278억원으로 화요(303억원)에 버금가는 매출을 자랑하고 있다. 라인업은 ▲원소주(22도) ▲원소주 스피릿(24도) ▲원소주 클래식(28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