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 타는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결국 서민들만 울상
엇박자 타는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결국 서민들만 울상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4.04.01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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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니티’ 사라진다…소비자는 불만, 업체들은 비용부담 떠안아
대형호텔‧카페 등은 미리 준비해와, 문제는 중소‧생계형 업체들
실효성 논란 속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유예…오락가락 환경부
“환경 명목으로 대기업‧회수업자들만 배불리나…전형적 탁상행정”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4월부터는 호텔 객실에서 ‘어메니티(amenity)’라고 불리는 일회용품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환경보호를 위해 일회용품을 규제한다는 취지로 1년 간의 유예기간까지 거쳤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와 함께 그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택배 과대포장 뿐만 아니라 일회용 컵이나 플라스틱 빨대 등 과거 시행하겠다고 해놓고 유예하거나, 예외가 남발하는 등 정책에 대한 신뢰가 저하된 사례들이 재언급 되면서 환경부가 계속해서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엇박자를 타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들 입장에서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돈도, 시간도 많이 들여야 하기 때문에 환경부 규제 시행으로 피해를 보는 쪽은 서민들이라는 비판도 제기되는 모양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환경부 및 호텔업계 등에 따르면, 50개 이상의 객실을 보유한 숙박업소는 지난 29일을 기점으로 무료 어메니티를 제공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것으로, 숙박업소가 칫솔·치약·샴푸·린스·면도기 등 5개 규제품목을 무상으로 제공하다 적발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약 1년여 간의 유예기간을 거치는 동안 대형호텔 등에서는 샴푸‧린스 등을 디스펜서형으로 교체하거나 친환경 타입의 샴푸‧린스‧칫솔‧빗 등을 별도로 판매하는 등의 방식으로 변화를 준비해왔다.  실제로 호텔신라는 친환경 타입의 칫솔·빗·다회용면도기·샴푸 등 9종의 어메니티를 3만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켄싱턴호텔과 그랜드하얏트 서울 등은 칫솔‧치약세트를 각각 1000원에, 조선팰리스호텔과 한화호텔은 33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 대해 많은 소비자들은 불편함만 가중될 뿐,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출장을 종종 간다는 직장인 A씨는 “갑작스럽게 출장을 가면서 세면도구까지 일일이 다 챙겨가야 한다니 너무 번거롭다. 결국 여행용 세면도구 세트를 사거나, 소분 가능한 공병을 사야하는데 그건 플라스틱이 아니냐”고 불편을 호소했다. 여행을 많이 다닌다는 30대 B씨는 “사실 비치돼있는 다회용품은 위생 문제 때문에 뭔가 찝찝하기도 하고, 호텔 어메니티 모으는 맛도 있었는데 없어진다니 아쉽다”며 “숙박비는 숙박비 대로 내고 어메니티는 돈 주고 사야하니까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온라인 상에서는 기존에 호텔 숙박비 안에 어메니티가 포함돼있던 만큼, 숙박비는 그대로인데 어메니티만 제외되면서 사실상 숙박비가 인상된 것이라는 비아냥도 적지 않다.  여행‧출장 등의 목적으로 잠깐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이들로서도 세면도구를 일일이 챙기는 것도 상당히 번거로운데다가, 결국 여행용 세면도구 세트를 구입하게 되면 일회용품 사용을 유도하는 꼴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호텔들이 어메니티 지급을 중단하면서, 관련 제품들을 공급하고 직‧간접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이어온 중소형 업체들의 타격 역시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대형 호텔들은 투숙객들에게 어메니티를 지급하고, 만족한 이들이 추가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별도로 제품 판매를 이어왔다. 중소형 업체들은 호텔에 납품하는 어메니티로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매출 상승을 꾀하기도 했다. 하지만 환경부의 조치로 호텔에 어메니티를 납품하던 업체들로서는 날벼락을 맞게 됐다.  소규모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50대 C씨는 “일부러 비싼 친환경 어메니티를 사다가 지급하고 있었는데 무인판매 자판기도 추가로 들여야할 판”이라며 “환경 명목으로 결국 영세 서민들 죽이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처럼 기껏 돈들여서 다 준비해놓았더니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완화하면 너무 화날 것 같다”며 “환경도 좋지만 너무 업계 사정을 모른다는 느낌이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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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혼선만 부르고 결국 유예…환경부의 헛발질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택배 과다포장 등 줄줄이 후퇴

사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다며 환경부가 내놓은 정책들 중에서 소비자들이나 관련 업계로부터 커다란 저항을 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환경부가 갈팡질팡 하다 유예 수순을 밟는 바람에, 정부를 믿고 규제도입을 준비했던 중소형 업체들만 줄도산 위기에 처한 것 또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다. 해당 제도는 카페 등에서 음료를 살 때 일회용 컵을 쓰는 경우, 보증금(300원)을 부과하고 일회용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이 골자였다.  일회용 컵 사용을 줄임과 동시에 플라스틱 자원 회수율을 높이려는 구상이었지만, 현실은 커피가격만 오를 뿐 실효성이 전혀 없다는 비판과 함께 영세 가맹점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겨주고 무인매장은 제도권 밖으로 비껴나는 등 형평성 관련 문제가 끊이질 않았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이용하려면 여러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한다.  먼저 지금 이용하는 카페가 해당 제도 적용대상 매장인지를 확인하고, 음료를 다 마신 뒤에는 다시 해당 매장 또는 같은 브랜드 매장으로 가서 회수기에 일회용 컵을 반납해야 한다. 컵에 로고가 그려져있거나 스티커가 붙어 있으면 재활용이 안 된다. 휘핑크림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경우 재활용이 거부될 수도 있다.  해당 제도는 세종시와 제주시 등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됐지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단체들은 일회용컵 세척 과정에서 번거로움이 크고, 회수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른 매장의 컵까지 일부 매장이 떠안는 등 문제가 끊이질 않는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결국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2022년 6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가 반발에 부딪혀 6개월 뒤인 2022년 12월로 유예됐고,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교체되면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여부를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기로 결론 났다.  한때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하라며 등장한 ‘종이빨대’ 역시도 대표적인 정책 혼선 사례다. 2021년부터 11월24일부터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됐다. 환경부가 사용을 허용한 빨대는 쌀‧유리‧종이‧갈대‧대나무‧스테인레스 등으로, 이중에서도 종이빨대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종이빨대 사용이 조금씩 정착됐지만, 현장에서는 맛이 떨어진다는 소비자 불만이 끊이질 않았고 업계에서도 납품업체를 변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결국 계도기간이 끝나기 전인 2023년 11월 환경부는 입장을 선회해 플라스틱 빨대 사용 규제를 사실상 전면 철회했다.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을 들여 종이빨대 생산에 뛰어든 제조업체들은 모조리 줄도산하게 됐다.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업 대표들은 “정부 정책을 믿은 것이 후회된다” 울분을 토했고 현재까지도 파장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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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포장을 막겠다며 환경부가 추진한 ‘택배 포장 규제’도 최근 들어 유예 수순을 밟게 됐다.  지난 2022년 4월 환경부는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택배 포장 규제를 신설한 바 있다. 포장재의 포장횟수를 1회로 제한하고, 포장공간비율은 50% 이하로 규정하되 과대포장이 적발될 경우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개인 간의 거래나 해외직구는 예외가 되고, 업체 규모별로 규제 대상을 제한하는가 하면, 신선식품 배송에 쓰는 보랭재는 포장횟수와 공간비율 계산시 제품의 일부로 판단하기로 하는 등 예외사례들이 속출하며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27차례에 걸친 간담회를 거친 환경부는 해당 규제를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와 마찬가지로 논란 속 후퇴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환경정책들이 줄줄이 퇴행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고, 업계에서는 환경부가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섣불리 정책을 추진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환경부의 오락가락 행보가 결국 아무에게도 환영받지 못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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