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국내 토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계는 지난해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넷플릭스가 꾸준한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엔데믹 전환 후 OTT 이용 시간이 줄어들자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가 박스권에 갇힌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설이 나오는 등 각종 위기를 맞닥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적자의 늪에 빠졌던 왓챠, 티빙, 웨이브는 지난해 공통으로 영업손실 폭을 줄이는 데는 성공했다.
왓챠, 과거의 영광은 어디에?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왓챠플레이는 2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도 555억원의 손실을 낸 것에 비하면 약과인 수준이다.
다만 매출액이 438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무엇보다 부채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 존속능력에 대해서도 빨간불이 켜졌다. 왓챠의 지난해 연간 총부채는 943억원인 반면 총자산은 148억원에 불과하다. 2015년 국내에서 제일 먼저 출시돼 한때 국내 OTT 시장의 선두 주자였던 왓챠가 이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이다. 넷플릭스의 등장과 토종 OTT 티빙, 웨이브, 쿠팡 플레이 등이 잇따라 나오면서 콘텐츠 전쟁에서 밀렸다.
하지만 지난해 알짜 사업 매각과 인력 감축 등으로 혹독한 다이어트를 거친 왓챠는 연내 흑자전환을 자신한다고 밝혀 성장세를 기대해도 될 전망이다. 또한 왓챠는 2022년 12월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사막의 왕' 이후 약 1년 2개월여 만에 오리지널 콘텐츠인 '미나씨, 또 프사 바뀌었네요?'를 내놓으며 돌파구 마련을 위해 애쓰고 있다.
티빙, 웨이브 자체 콘텐츠 주력
전자공시시스템이 따르면 연결 기준 티빙과 웨이브도 지난해 각각 1191억, 80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1419억, 1188억 손실을 냈던 전년도보다 적자 폭을 16.1%, 32.4%가량 좁혔다.
티빙의 매출액은 3264억, 웨이브는 3339억으로 전년 대비 각각 31.9%, 22.1%의 성장률을 보였다. 자체 제작 콘텐츠와 마케팅을 통한 구독자 확보에 성공한 결과로 분석된다.
티빙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 유료 가입자 수가 지난 분기 대비 50% 늘어났다. 1분기 공개된 ‘피라미드 게임’ ‘이재, 곧 죽습니다’ 등 오리지널 시리즈들과 프랜차이즈 예능 ‘환승연애3’ ‘크라임씬 리턴즈’가 연달아 인기를 끌었다.
웨이브도 서바이벌 예능인 ‘피의 게임’과 연애 리얼리티 ‘남의 연애’ 시리즈를 비롯해 ‘국가수사본부’ ‘악인취재기’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연애남매’ 등 화제성 높은 프로그램들이 유료 구독자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관측된다.
쿠팡플레이, 토종 OTT 업계 1위로 우뚝 솟아
쿠팡 와우 멤버십 결합상품으로 쿠팡플레이가 OTT 업계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와우 멤버십은 월 회원료를 내면 △하나만 사도 무료 당일·익일 배송 및 반품 △신선식품 새벽·당일 배송 로켓프레시 △쿠팡이츠 할인 △여행 전문관 쿠팡트래블 할인 등 묶음 혜택 제공 △OTT 쿠팡플레이 시청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유료 구독 서비스다.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3월 쿠팡플레이 앱 설치수가 74만 건에 달하며 엔터테인먼트 분야 모바일 앱 신규 설치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이어 TVING이 71만 건, 넷플릭스 29만 건, Wavve는 19만 건으로 뒤를 이었다. OTT 업계 1위인 넷플릭스를 바짝 맹추격하고 있는 모습이다.
쿠팡플레이는 쿠팡이 와우회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OTT 서비스로 K리그를 비롯해 라리가(스페인), 리그앙(프랑스) 등 국내외 프로축구 리그 중계권과 호주프로농구(NBL), 미국프로풋볼(NFL) 등 해외 스포츠 중계권을 다수 확보했다.
또한 ‘소년시대’가 지난해 11월 24일 첫 공개 이후 7주 연속 쿠팡플레이 인기작 1위를 차지해 대히트를 거둬 현재 시즌2 제작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쿠팡이 와우 멤버십 요금을 월 7890원으로 변경한다고 밝혔지만 다른 OTT 구독료보다 저렴한 편에 와우회원 혜택도 누릴 수 있어 고객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토종 OTT 업계는 적자 늪에서도 조금씩 성장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2024년이 실적 회복의 해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제작 원가가 기형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실적 개선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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