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단독체제 이후 첫 메시지 전달
인사문제 갈등 빚으며 모친 송영숙 회장 공동대표서 해임 수순
‘론자’ 롤모델로 제시한 형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속도낼까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을 빚었던 한미사이언스가 임종훈 사장 단독대표 체제로 변경한 이후 ‘뉴한미’를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내놓았다.
온라인팜을 중심으로 한 유통사업 성장 가속화를 핵심으로 AI기술 활용은 물론 M&A까지 과감하게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한미약품그룹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신약 개발능력을 핵심으로 ‘위탁개발생산(CDMO)’이라는 새로운 먹거리 사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임종훈 대표는 인사 문제와 관련해 갈등을 빚던 모친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을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공동대표에서 해임해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한 만큼, 경영권 분쟁이라는 불씨도 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약품그룹이 내부적으로는 대대적인 조직개편, 외부적으로는 투자유치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21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는 취임 후 사내 전산망을 통해 ‘함께 협력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갑시다’라는 첫 성장 전략 메시지를 임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임 대표이사는 “최근 1년 동안 겪은 다양한 변화들을 뒤로 하고, 미래에 집중해야 할 성장 전략에 대해 설명 드리겠다”며 “한미사이언스는 이제 더 큰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펼쳐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사이언스 계열사 중 하나인 ‘온라인팜’을 중심으로 유통 사업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의료기기와 건강식품 사업 부문에서는 데이터를 사용해 필요한 분야를 식별하고 집중적인 투자를 실행할 예정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도 과감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인수합병은 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한편,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진입에 필요한 리소스와 기술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 말했다.
아울러 내부역량이 부족한 분야를 보완하기 위해 ‘외부 컨설팅’을 활용하고, AI기술을 활용해 빠른 의사결정과 업무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도 덧붙였다. 임 대표이사는 지난달 그룹사 전 임원이 모인 AI 관련 세미나에서도 디지털 혁신을 통한 민첩한 업무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임 대표이사 단독대표 체제 하에서는 그가 제시한 청사진을 근거로, 한미그룹 내 ‘조직개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서 임 대표이사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모친인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을 지주사 공동대표 자리에서 해임하는 안건을 통과시키며 ‘단독대표’ 체제를 공고히 한 바 있다.
실제로 모친인 송영숙 회장과 딸인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이 한미-OCI그룹간 통합을 추진하려다 올해초 정기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패배한 전례가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임종윤‧임종훈 형제의 의도에 맞는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됐지만 ‘가족 간의 화합’을 위해 당장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하지만 임종훈 대표 등이 추진하는 임원 물갈이 인사를 송 회장이 반대하며 내부적으로 갈등을 빚었고, 가족 간의 화합이 제대로 자리잡히지 않으면서 결국 단독대표 체제로까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물론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는 송 회장을 해임하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긴 했다. 상당수 사모펀드는 경영권 분쟁이 있는 기업에 투자를 꺼리기 때문에 상속세 해결을 위해 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한미약품 그룹으로서 부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반대의 시각도 있다. 표면적으로 경영권 분쟁이 가까스로 봉합됐다 하더라도 변화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까지 공동대표 간의 충돌이 빚어진다면, 중요한 순간에 필요한 ‘신속한 의사결정’에도 당연히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임종훈 대표 단독체제는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내달 있을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가 한미약품 대표 자리에 오르면 대대적 조직개편을 시작으로 한 ‘뉴한미’ 제안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지난 3월 정기주총 이전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한미약품그룹을 순이익 1조원, 기업가치 50조원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200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제약사 ‘론자’를 롤모델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들이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낙점하고 차별화 전략에 자신감을 드러내며 계약수주에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형제들이 내놓은 청사진이 실현될지 여부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