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출근하고 싶어지는(?) 사옥에 담긴 기업의 정체성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단순 고층 빌딩이 성공한 기업의 상징이던 시대는 갔다.
사옥 하면 떠오르는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담은 이색적인 사옥이 각광받고 있다. 이곳에는 독특한 설계 방식을 사용해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창의성’ 내지는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자리한다.
#아모레퍼시픽
전 세계 건축가들이 극찬한 건물
아모레퍼시픽 사옥은 백색의 프레임과 커튼월 방식으로 단아하면서도 아름다운 외관을 구성하고 있다. 건물 매스의 가운데 공간을 비워내고 루프 가든 형식을 도입한 3개의 정원을 만들었다.
아모레퍼시픽이 지어질 용산은 고층 빌딩이 많은 복잡한 곳이었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복잡함 속에서 고요함을 간직한 건물이 더 큰 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 절제미가 돋보이는 백자인 한국의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지었다.
그는 지난해 사옥 5주년 초청 강연에서 “내부가 비어 있으면서도 묵직한 달항아리를 보고 내부와 외부의 공간이 역동적으로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달항아리는 나와 서경배 회장이 아름다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모티브였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건축가들이 ‘국내 가장 훌륭한 사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 평하는 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 건물은 지하 7층~지상 22층, 대지면적 1만 4525㎡(4394평), 연면적 18만 8902㎡(5만7201평) 규모다.
이곳을 방문하는 건축 전문가들은 내부 벽면과 바닥을 보고 하나같이 혀를 내두른다고 한다. 매끄러운 표면의 고품질 노출콘크리트 공법을 구현해 내는 데는 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사옥은 협업과 소통으로 창조되는 혁신을 기반으로, 세계의 무대로 나아가고자 하는 아모레퍼시픽의 큰 꿈을 담은 미의 전당이다. 협업과 소통을 통해 창의성이 발휘된다는 철학으로 일하는 공간을 열린 공간으로 설계했다.
본사 저층부는 임직원뿐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끼리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발전해 건물을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이 즐비하다.
#한화
태양광을 활용한 친환경 빌딩
청계천 앞 한화빌딩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전 층 리모델링을 통해 선도 환경 기술 업체의 특징을 드러내면서도 현대적 오피스 빌딩의 화려함을 온전히 갖춘 건축물로 탈바꿈했다.
본래의 한화빌딩은 지난 1987년, 88올림픽을 앞두고 서울 전역에서 대대적인 도심 재정비 사업이 진행되던 시기였다. 대한주택공사는 1984년 6월부터 저층 인쇄소, 상가, 주택 등이 빼곡한 을지로 제16지구를 재개발하는 사업을 착공했고, 그 결과 세워진 빌딩이 바로 한화빌딩이었다.
역사가 있지만 다소 노후한 건물을 리모델링하기에 앞서, 새롭게 단장하는 사옥의 중심 소재로 낙점된 것은 ‘태양광’이었다.
한화빌딩은 ‘친환경 빌딩’이라는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미적 가치도 놓치지 않았다. 네덜란드 설계사무소 유엔스튜디오가 제안한 파라메트릭 디자인(Parametric Design)과 태양광 패널 시스템을 접목했다.
리모델링된 빌딩 내부에는 주로 한화건설의 상징색인 주황색이 사용됐다. 현암빌딩 시절 외부를 단장했던 주황색이 이번에는 내부로 들어간 것이다. 또 마치 회색 골판지와 같은 패턴을 내벽 곳곳에 배치해 다채로움을 더했다.
#하이브
한류가 탄생하는 자유로운 공간
용산구 한강대로에 위치한 하이브 사옥은 지하 7층~지상 19층으로, 전체 면적 약 6만㎡ 규모를 자랑한다.
하루에 방탄소년단(BTS)·뉴진스·르세라핌·세븐틴·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의 팬들이 평일 기준으로 100명 이상 찾는다고 한다.
하이브 측 설명에 따르면 사옥에는 ‘음악에 기반한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이라는 회사의 지향점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 하이브만의 독창적인 기업 문화를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무공간을 들여다보면, 모빌랙 구조로 공간의 형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창의적으로 기업 문화를 구축해 나갈 수 있다. 벽이나 블라인드를 손쉽게 움직여 각 구성원의 필요와 용도에 맞게 사무공간의 형태를 변형시킬 수 있다.
또한 하이브는 모든 임직원 공간에 ‘간접 조명’을 배치했다. 조명에서 너무 밝은 광원이 반사돼 눈의 피로가 축적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조명에는 빛을 적절하게 반감시키는 덮개가 장착돼 있다.
모든 조명은 눈의 피로도를 낮춰주는 연색지수(CRI) 90 이상의 제품이기에, 하이브의 사무 공간에는 빛의 차폐로 인한 그림자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 또한, 세미나실 회의실 등 특수 공간은 회사의 앱으로 원하는 좌석을 예약해 사용할 수 있다. 모든 공간은 ‘자율좌석제’로, 실용적이고 자유로운 업무 환경을 지향한다.
#JYP
고덕동 택지에 창의적인 사옥 건축 예정
JYP엔터테인먼트도 이르면 오는 2028년 강동구 고덕비즈벨리에 공원을 품은 독특한 신사옥을 준비 중이다.
지하 5층~지상 22층 높이에 연면적 5만 9475㎡ 규모 빌딩으로 하이브 사옥의 규모와 맞먹는다. 이번에 공개된 디자인은 유현준건축사사무소에서 JYP엔터 측에 제안된 모습으로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각종 인허가 절차에 따라 일부 변경될 수 있다.
유명 건축가 유현준 홍익대 교수가 설계한 신사옥 밑그림은 건물 1층에 녹지 공원이 자리 잡고 있고 건물 곳곳에도 개방된 녹지 공간이 배치된 것이 특징이다. JYP엔터는 창의성을 높여주고 만남과 소통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면서, 자연채광이 풍부한 공간을 신사옥에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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