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들의 공익법인 운영실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이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그동안 대기업 공익법인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고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한 창구로 활용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20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익법인의 운영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1단계로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특수관계인 현황에 관한 자료제출을 요청했다. 공익재단 전수조사는 공정위 기업집단국이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추진하는 본격적인 재벌 지배구조 개혁의 첫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관계자는 “이번 조사대상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비영리법인”이라며 “20개 대기업집단의 39개 공익재단이 79개 계열사를 출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사기업들은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비영리법인 목록과 동일인 관련자 해당 여부, 상증세법상 공익법인 해당여부 등을 제출해야 한다.
공정위는 비영리법인 가운데 상증세법상 공익법인에 한정해 일반·설립·출연 현황 및 지배구조, 주식소유 현황 등 특수관계인 현황을 제출받을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과정에서 그동안 신고가 누락된 비영리법인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 대기업 집단 지정시 계열 편입, 내부지분율 산정 등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과거에 공정위로부터 동일인 관련자에서 제외처분 받았다고 신고한 비영리법인에 대해선 현재에도 제외사유가 존속하는지 여부를 확인해 필요 시 후속조치(해당 안될 경우 결정 취소)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정위의 실태 조사는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그간 감세혜택을 누리면서 편법적으로 지배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공익재단은 공익을 수행한다는 명목으로 상속·증여세 등을 면제받고 있다. 하지만 공익법인이 본래 취지인 공익 활동보다 총수일가 계열사 주식을 기부 받아 장기 보유하거나 계열사 주식을 매수하는 등 총수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을 편법적으로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신규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의결권을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한 건이 대표적 사례다.
아울러 그동안 공익법인이 어떤 공익활동을 하고 있는지, 정관이나 이사 구성은 어떠한지에 대해서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던 게 현실이다. 부연하면 이들 공익법인이 편법 행위를 해도 공정위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2일 5대 그룹 전문 경영인과의 간담회에서 김상조 위원장은 “공익재단의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의결권 제한 등의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공익법인이 소유한 계열회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등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난해부터 발의돼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에 대한 경제력 집중 억제시책에 앞서 특수관계인 현황, 운영실태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이들 공익재단이 총수일가 사익편취나 부당지원 행위에 활용되는지에 대해 우선 점검할 계획이다. 내년 1월 중순까지 대기업집단에서 자료를 제출 받은 후 2단계 실태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2단계 조사는 조사대상자로부터 자발적 협조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공익법인을 대상으로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 수립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파악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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