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함께 2조7000억원 규모 석유화학 신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원가 경쟁력이 높은 정유공장 부산물로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을 만드는 설비를 확보해 추가적으로 연간 6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리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대표와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올레핀과 폴리올레핀을 생산하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신설 투자합의서에 공동 서명했다.
양 사는 기존 합작법인인 현대케미칼에 추가 출자해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약 50만㎡(15만 평) 부지에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공장 건설에는 총 2조7000억원이 투입된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추진하는 현대케미칼의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기존 출자비율은 6대 4”라며 “2조7000억원 출자 비율은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 사는 정유와 석유화학 간 시너지를 통해 원가 경쟁력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석유 제품과 방향족에 이어 올레핀 계열 석유화학 제품까지 확보해 정유·석유화학 수직계열화를 한층 강화하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미국과 중앙아시아 ECC(Ethane Cracking Center, 에탄분해시설) 사업 및 동남아시아 납사 사업과 더불어 지역 거점 강화를 도모하게 됐다.
원유찌꺼기인 중질유분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HPC는 납사를 사용하는 기존 NCC(Naphtha Cracking Center, 납사분해시설) 대비 원가를 개선한 설비다.
NCC는 납사를 투입해 각종 플라스틱 소재가 되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한다.
반면, 현대케미칼의 HPC는 납사를 최소로 투입하면서 납사보다 저렴한 탈황중질유, 부생가스, LPG 등 정유 공장 부산물을 60% 이상 투입할 수 있다.
특히, 납사보다 20% 이상 저렴한 탈황중질유는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3개 정유사만 생산하는 원료다. 불순물이 적은 편이라 가동 단계에서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케미칼은 향후 탈황중질유 등 부산물 투입 비중을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기존 NCC 대비 연간 2000억 원 가량의 수익성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케미칼은 오는 2021년 말 상업가동을 목표로 올 하반기 공장 설계에 착수한다. 상업가동 이후 제품 대부분을 해외에 판매해 연간 3조8000억 원의 수출 증대가 기대되며 6000억 원의 추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장이 위치할 서산 지역에 미치는 경제효과는 1조7000억원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현대오일뱅크 전망이다.
하루 최대 1만1000명, 연인원 320만명이 공사에 참여하게 된다. 설비 가동에 따라 1500명 이상의 직·간접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종박 사장은 “사업다각화를 통한 종합에너지기업 비전을 달성하는 데 역사적인 획을 그을 것”이라며 “현대오일뱅크의 비정유부문 영업이익 비중이 2017년 33%에서 2022년 45%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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