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빨라진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考察(고찰)
[집중분석] 빨라진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考察(고찰)
  • 이성민 기자
  • 승인 2018.08.16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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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국민연금공단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은퇴 후를 생각하면 망막하지만 그래도 그동안 차곡차곡 냈던 국민연금을 노후의 최후의 보루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 국민연금 개선안이 일부 공개된 가운데 국민연금 고갈이 기존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때문에 오는 17로 예정된 정부의 대책 발표에 귀추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의 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2056년에서 2057년에 바닥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2060년이 되어야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했던 기존의 2013년 3차 재정추계보다 3~4년 가량 빨라진 결과다. 때문에 ‘실컷 국민연금을 내놓고도 기금 고갈로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국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의 전망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너무 ‘낙관적’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단체의 실랄한 비판

납세자연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입수한 ‘3차 재정추계 관련 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2017년까지 5년간 투자수익률 평균 가정치는 6.53%인 반면 실제 투자수익률은 5.2%로 1.33%p(포인트) 낮은 등 주요 변수의 예상이 어긋났다. 국민연금 재정추계는 향후 70년간의 재정의 장기적인 추이를 전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 개선의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003년부터 5년마다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재정추계위원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납세자연맹의 분석결과, 3차 재정추계 때 사용된 2013년부터 5년간 예상 경제성장률은 평균 4.12%로 실제 평균 성장률 2.98%보다 1.14%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또 2018년의 예상 기금투자수익율은 7.26%인데 5월말 기준 실제 수익률은 0.49%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평균 출산율 추계 역시 1.28%로 실제 평균 1.17%보다 0.11%포인트 차이가 났다. 이런 가운데 3차 재정추계에서는 2020년에 1.35%, 2030년에 1.41%, 2045년 이후는 1.42%로 출산율이 증가할 것으로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납세자연맹 관계자 “지난 5년간 출산율, 투자수익율, 경제성장률의 가정치가 실제보다 좋게 나온 연도는 한 번도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합계출산율이 떨어지면 경제성장과 보험료 수입도 함께 떨어져서 예상보다 빠르게 기금이 소진되는데도 정부가 의도적으로 낙관적인 가정을 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데이터로 본 국민연금 재정의 현 주소

정부의 예측대로 정말 2057년에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내놓고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게 될까?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적립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험료를 걷어 일부는 수급자에게 지급하고, 일부는 기금으로 쌓아두는 형태다. 2017년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는 2182만명, 수급자는 471만명이다. 이는 연금을 받는 사람보다 내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현재 635조원 규모인 적립금이 2040년대 2500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2040년을 기점으로 저출산과 고령화의 가속화로 수지 적자를 맞아 결국은 고갈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출산율의 경우 지난달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1명 밑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또한 통계청은 '2016년 장래인구 추계'를 발표하며 출산아동이 30만명대로 떨어지는 시기를 2035년으로 내다봤으나, 예상보다 18년이나 빠른 지난해 30만명대로 추락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노령화지수가 3년 전인 2015년에는 93.1로 아직 유소년인구가 많다고 분석했다.
출처=통계청
유소년인구(0~14세) 100명에 대한 고령인구(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을 의미하는 노령화지수가 100을 넘게 되면 고령인구가 유소년인구보다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2015년에는 옆나라 일본은 이미 200이 넘었고 선진국으로 보여지는 나라들도 대부분 100을 돌파했다. 하지만 2060년에는 한국이 434.6로 유소년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적은 심각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2015년에 꽤 많은 차이가 났던 일본을 추월하고 지수에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으로, 출산율이 0명대로 떨어졌다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국가의 존망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중차대한 사태”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출처=픽사베이

국민연국 고갈...주요 선진국들의 대처법은?

국민연금의 고갈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적용되는 사항은 아니다. 주요 선진국들인 이미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을 거쳐갔으며, 각 국가별로 슬기로운 대처법을 선택해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도 했다. 독일의 경우 적립방식의 연금제를 운영하다가 기금이 고갈되자 부과방식 연금제로 점진적 전환을 시도해 현재 확립된 상황이다. 부과방식은 그 해 연금 가입자에게 걷은 연금을 그 해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부연하면 청·장년층에 걷은 연금을 노년층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때문에 독일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기금의 양은 매우 적다. 국민연금 재원의 70% 이상이 매년 연금 가입자에게 걷은 보험료 수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연금 적립기금이 전시 자금으로 전용됨으로써 연금기금이 거의 고갈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선택이었다. 다만, 이러한 재정방식의 전환으로 보험료가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57년부터 10년에 걸쳐 점진적 전환을 택했다. 그 결과 2015년 기준 독일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약 10%로, 한국의 5분의 1 수준이다. 스웨덴의 경우도 지난 1998년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전환했다. 개정안이 법제화 된 당시에도 GDP 대비 37%에 달하는 연기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장기적 연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로 부과제 전환을 택했다. 당시 스웨덴은 약 40여년년 후 연기금 고갈이 우려되는 한국과 유사한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깊어지는 정부의 고민

이처럼 '적립방식'이 아닌 '부과방식'으로 전환해서 연금을 지급하는 방법이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법 3조 2항에도 '국가는 연금급여가 안정적, 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기에 기금 고갈으로 연금 지급이 중단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실제로 이런 부과방식 전환이 이루어질 경우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해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만큼 세부적인 대책 고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7일로 예정된 정부의 국민연금 관련 대책에 대해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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