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배당·자사주 매입에 33조5천억원
삼성은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를 채택하지 않았었다
전통적으로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등 이른바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 경영방식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주주환원 정책 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에 더 힘을 쏟았다. 창업주인 故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은 영업활동을 통해 남은 이익을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집중 투자하는 방식을 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 1조8천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한 이래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사주 매입정책을 취하지 않았다.자사주 매입 정책 택한 배경은?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7월 삼성물산 합병 논란이 불거지자 같은 해 10월 29일 ‘주가부양’을 명목으로 11조원 규모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15년에 4조2528억원, 이듬해인 2016년에는 7조1393억원 수준으로 자사주 매입 규모를 크게 늘렸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1월 2조4517억, 4월 2조5241억, 7월 2조181억, 11월 2조2270억 등 총 네 차례에 걸쳐 9조2209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이재용 부회장의 경여승계와 주주환원 정책의 상관관계
최근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은 이재용 부회장을 위한 경영권승계 전략과 관련이 깊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52.7%에 달하는 반면, 계열사 지분을 모두 합해도 이 부회장 등의 지분은 20%에 불과하다.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취약한 지배력에 노출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묵인하고, 그 대가로 이 부회장은 주가부양과 배당확대로 외국인의 입맛에 길들여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경영권 승계라는 민감한 과정중에 압도적인 지분율을 차지하는 외국인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자사주·배당 잔치에 고용은 뒷전(?)
기업이 경영활동을 통해 발생한 이익의 일부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익을 다시 투자해 미래의 성장 동력과 고용을 창출하는 것은 경영의 기본 원리다.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은 투자와 고용보다는 경영권승계를 위한 자사주나 배당확대에 지나치게 매몰돼 있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는 경기회복과 일자리확대를 바라는 사회적 기대와는 한참 동떨어진 경영행태다. 실제로 천문학적인 자사주 매입과 배당 잔치를 벌이는 동안 삼성전자의 고용은 2014년 말 9만7647명에서 지난해 말 9만4470명으로 3177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고용진 의원은 “삼성전자가 천문학적인 이익을 얻고 있지만, 그 대부분을 자사주와 배당 잔치에 쏟아 붓고 있는데 어떻게 투자와 고용이 늘어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고 의원은 “기업은 영업활동을 통해 남은 이익을 다시 재투자해 미래의 성장 동력과 고용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주가부양 목적의 과도한 자사주와 배당 잔치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지 따져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