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DS 규정 개선 ‘성과’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그동안 ‘독소조항’으로 불려왔던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규정 개선이다. 부연하면, 동일한 정부 정책 결정에 대한 ISDS 중복 청구가 불가하다고 명시한 것이다. 기존에는 한국과 투자보장협정을 체결한 A국가의 국적을 보유한 투자자가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청구해 패소할 경우 동일한 건에 대해 미국에 있는 관계회사를 통해 다시 ISDS를 청구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 서명으로 이 같은 불합리한 상황이 재현될 수 없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산업부는 양국이 한·미 FTA 개정 과정에서 최초로 도입한 규정이라며 향후 소송남발을 제한하고 중재판정의 신뢰도 제고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ISDS 청구시 투자자의 손해 입증 책임을 명확히 하고 ▲다른 투자보장협정 상의 분쟁해결절차를 적용하기 위한 최혜국대우(MFN) 원용을 금지 ▲ISDS 청구가 가능한 ‘설립 전 투자’ 범위를 ‘허가 또는 면허신청 등 구체적인 행위’로 제한해 확대 해석 방지한 것 등도 ISDS 개선 성과로 꼽힌다.무역구제 조치 구체화로 투명성 확보
ISDS 규정개선과 함께 반덤핑·상계관세 등 무역구제 조치의 시행 조건을 구체화해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한 것도 이번 개정 협상에서 성과란 분석이다. 한·미 FTA가 개정 발효되면 양국은 무역구제 조치 전 협정문에 명시된 규정에 따라 현지실사를 진행해야 하며, 덤핑·상계관세율 계산방식도 공개해야 한다. 특히, 철강·세탁기·태양광패널 등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미 정부 수입규제가 계속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수출 기업 보호에 실질적 기여가 기대된다.자동차 분야는 불확실성 ‘여전’
이번 한·미 FTA 개정안 서명으로 양국간 통상 이슈는 상당부분 해소됐으나 완전한 문제 해결은 아니다. 우리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트럼프 정부의 '자동차 관세' 등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한국, 일본, 유럽 등 자동차 제조국을 상대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걸어 최대 25% 수준의 자동차 관세를 저울질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FTA 개정 서명으로 자동차 통상 문제도 해소됐다는 점을 들어 '관세 면제'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달 말 김 본부장은 국회에서 “우리는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 관심사항을 벌써 다 해결했기 때문에 당연히 자동차 관세를 면제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본부장은 “우리가 자동차 관세에서 면제 예외가 될 보장은 없다”며 “예외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한국산 픽업트럭(화물자동차)의 미 수출관세 철폐 시기를 오는 2041년으로 20년 연장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미국산 자동차가 한국에 수입될 때 미국 안전기준(FMVSS)을 만족하면 한국 안전기준(KMVSS)를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는 물량도 제작사별로 연간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2배 증가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미국산 완성차업체가 한국에 수출하는 물량이 1만대 수준으로 기존 쿼터에도 미달하는 상황이라서 국내 자동차시장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미 FTA 비준이 완료된 상황에서 미국이 자동차 관세 등을 압박한다면 우리 정부는 어떤 안전장치가 있을지 곤혹스러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