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한진칼 경영 참여형 주주권 행사 결정
2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운용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일 회의를 열고, 한진칼에 대해 경영 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적극적 주주권 행사 방법으로는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 관련 배임·횡령의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때는 자동 해임한다'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주주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을 7.34% 보유한 3대 주주이다.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은 경영 참여를 포함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도입한 후,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이 불거진 한진그룹의 한진칼과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검토해 왔다. 이번 결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겠다”는 발언과 일맥상통한다.적극적 주주권 행사 중 ‘낮은 수위’라고는 하지만
다만 이번 정관 변경만 제안하는 결정은 이사 해임 요구, 이사·감사 선임 주주 제안, 소송 제기 등 적극적 주주권 중에서 가장 수위가 낮다는 게 지배적 의견이다. 아울러 한진칼과는 별도로 한진그룹의 캐쉬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10% 이상 지분을 가진 투자자가 경영 참여를 하는 경우 단기 매매 차익을 반환해야 한다는 규정이 걸림돌이 됐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11.5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국민연금 10% 이상 보유 기업 ‘14곳’ 달해...경영권 방어 ‘무방비’
국민연금과 외국인 주주 지분이 해당 기업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보다 많은 기업이 44곳에 달해 외국인과 국민연금이 경영권 이슈에서 같은 목소리를 냈을 때 경영권 방어에 ‘무방비’로 노출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 가운데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포스코와 엔씨소프트, KT, 삼성전기, 현대건설, 현대중공업지주, CJ제일제당, GS, NH투자증권, 대림산업, GS건설, KCC, 대한항공, 호텔신라 등 총 14곳에 달했다. 이는 정부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상 10% 룰을 올해 상반기 개정하면 국민연금이 단기 차익 반환에 대한 부담을 벗고 얼마든지 이들 기업에 경영 참여를 선언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행법상 국민연금은 10% 룰에 따라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투자 목적을 바꿔 신고하면 신고일을 기준으로 ‘직전 6개월’ 안에 얻은 단기 차익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 이후에도 6개월이 지나기 전에 매도하면 차익을 회사에 돌려줘야 한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 측 요구에 따라 10% 룰을 개정할지를 판단하는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재계, 갈수록 국민연금 두렵다
재계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국민연금을 통한 정부의 경영 개입이다. 지난달 23일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발언 이후 한진칼·대한항공에 대한 경영 개입에 반대 입장을 정했던 국민연금 수탁자전문위원회는 엿새 만에 다시 회의를 열었다. 아울러 수탁자전문위 결정을 토대로 최종 결정하겠다던 기금운용위는 경영 개입을 결정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정부의 입김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준 결정”이라고 진단했다. 때문에 국민연금이 기업에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과 유사한 권력 기관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환 재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감사를 선임하면 업 내부 정보를 면밀히 검토해 볼 수 있다”며 “털어서 먼지 안나오는 기업이 몇곳이나 되겠냐”고 하소연 했다. 다만 또 다른 관계자는 “무리한 경영 개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국민연금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