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저조'에도 그들이 '고배당' 정책 유지하는 이유
'실적 저조'에도 그들이 '고배당' 정책 유지하는 이유
  • 서성일 기자
  • 승인 2019.02.17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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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서성일 기자] 최근 들어 국민연금이 저배당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남양유업 등 일부 기업들에 대해 ‘스튜어드 십 코드’를 발동하며 배당 확대 등의 요구를 하고 나섰다. 하지만 국내 증시에 상장된 보험사들의 경우 국민연금의 표적이 아님에도 불구, 실적이 저조함에도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그 배경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잠정 실적 발표한 11곳 중 7곳, 영업익 감소했지만 배당은 그대로

17일 국내 증시에 상장한 보험사들이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잠정 실적 발표를 집계한 결과 11개사 가운데 무려 7개사의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들 기업들은 대체로 영업이익 감소 영향으로 순이익이 하락한 반면, 배당 성향은 평균 20%를 유지 중으로, 이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치다. 현재 보험업계는 2022년 도입 예정인 신 국제회계기준(IFRS17) 준비로 회계 상 부채로 계상되는 저축성보험 판매를 축소하면서 보험영업실적의 역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보험사는 매년 보험영업에서 발생한 적자를 투자이익을 통해 보완 중이지만 성장이 정체하는 추세다.
출처=파이낸셜리뷰DB
출처=파이낸셜리뷰DB

현대해상·DB손보·메리츠화재...순익 급감에도 배당성향 20% 이상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장기보험 성장 악화와 자동차보험 요율 인하 경쟁 등으로 보험료수입이 줄어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배당성향은 전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해상은 손해율 상승과 사업비율 증가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973억원, 순이익 90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5%, 19.6% 감소했다. 현대해상의 올해 현금배당 총액은 901억원으로 전년 집행한 1196억원 대비 26% 줄어들긴 했지만, 순이익을 기준으로 배당성향은 24%로 2017년 25.8%와 비교하면 1.7%포인트 축소하는데 그쳤다. DB손해보험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7246억원으로 전년 대비 16.5% 줄고 당기순이익도 1년간 1302억원(-19.5%) 감소했다. 배당총액이 지난해 보다 189억원(-13%) 줄었지만 배당성향은 20%대를 기록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상장 손해보험사 가운데 영업이익 감소폭이 가장 컸지만 배당성향은 30%대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메리츠화재의 영업이익은 3127억원으로 2017년 결산 5136억원 대비 39% 축소했다. 이에 따라 메리츠화재는 현금배당 총액은 전년 대비 26% 줄어든 917억원을 주주에게 지급하지만 순이익도 감소하면서 배당성향은 32.4%에서 39.1%로 상승했다.
출처=오렌지라이프
출처=오렌지라이프

오렌지라이프, 영업익 8% 감소했지만 배당성향은 68.5% 업계 ‘최고’

최대주주가 MBK파트너스에서 최근 신한금융지주로 변경된 오렌지라이프의 경우 올해 발표한 현금배당 총액은 2132억원이며, 배당성향은 68.5%로 동종업계 최고 수준이다. 오렌지라이프의 지난해 원수보험료는 5조480억원으로 2017년 결산 4조3423억원 대비 16.3% 증가했지만 전체 영업이익은 8% 축소됐다. 하지만 오렌지라이프의 배당성향은 전년 대비 10.7% 포인트 증가했다. 오렌지라이프는 주주에게 올해까지 순이익의 50% 이상을 중간배당과 기말배당을 통해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오렌지라이프는 신한금융지주에 자회사 편입승인이 마무리 됐고 향후 신한생명과 합병하게 되면 상장폐지가 되는 만큼 올해를 마지막으로 고배당 지급이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저조에도 고배당 정책 유지하는 이유

보험사가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에 앞서 순이익을 최대한 확보해 이익잉여금을 늘려야 하는 상황임에도 이처럼 배당성향을 줄이지 않는 이유는 주주가치 제고 때문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현재까지 현금배당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최악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생명의 올해 순이익이 2422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감소할 전망이며 미래에셋생명은 올해 순이익이 1193억원으로 전년 대비 53%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심각한 상황에서도 이들이 전년과 비슷한 배당성향을 유지하는 이유는 주주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배당변동 폭이 클수록 주주에게 위험신호가 될 수 있다”면서 “이는 곧 주주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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