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드사 수수료 갈등에 수수방관하는 금융당국
[기자수첩] 카드사 수수료 갈등에 수수방관하는 금융당국
  • 서성일 기자
  • 승인 2019.03.1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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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서성일 기자] 카드업계가 진퇴양난에 몰린 형국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입김으로 중·소형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가 인하된 반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대형가맹점 수수료를 올려 받으려 하니 관련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최근 현대자동차와 BC카드가 진행해 온 가맹점 수수료 협상이 좌초 위기를 맞았다. 이와 관련 현대차는 오는 14일 BC카드와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만약 계약이 해지되면 BC카드 결제망을 사용하는 우리카드와 지방은행 신용카드로도 현대차를 구입할 수 없게 된다. 현대차는 이미 신한카드와 KB국민, 삼성, 롯데, 하나 등 5개 카드사에도 계약해지를 통보한 상황이다.
현대차가 카드사 가맹점계약 해지는 카드사가 수수료를 올려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으로 카드업계는 현대차에 기존 1.8%인 수수료율을 0.12~0.14%포인트 올려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카드사들은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270억~315억원 수준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는 현대차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국내 완성차 업황도 악화되고 있고 자동차부문 수익성 이 카드사 수익성보다 낮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어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결국 카드사들은 중·소형가맹점에 사실상 무료서비스를 하는 상황에서 대형가맹점에서라도 수수료를 제대로 받아야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협상에서 밀리면 SKT와 KT 등 통신사와 롯데나 신세계 등 대형유통업체, 인터파크 등 인터넷쇼핑업체, 항공사 등 이어질 협상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게 카드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이미 통신 3사와 이마트, 롯데마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은 카드사가 제시한 수수료 율 인상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공문을 보내와 카드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형가맹점 수수료를 카드사가 견디기 힘든 수준까지 끌어내린 금융당국은 대형가맹점과 수수료 협상에 대해서는 지켜만 보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대형가맹점에 영향력을 행사할 무기도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위도 현대차와 카드사가 어느 정도의 카드수수료를 가지고 협상하는지 파악하지 못했다”며 “협의를 통해 합의점이 찾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창호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도 최근 “대형가맹점 계약해지는 자유의지”라고 했고, 손병두 금융위 사무처장은 “정부가 대형가맹점에 구체적으로 개입하기 어렵다”고 설명해 결국 이는 ‘카드사가 알아서 하라’는 당국의 메시지여서 카드업계 원망이 높아지고 있다. 모든 정책에는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기 마련이지만 카드업계도 엄연히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가는 한 축이다. 카드업계의 볼멘 목소리가 또 다른 산업군으로 옮겨가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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