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라는 후원자를 얻은 김정은...푸틴, “북한 체제보장 필요”
25일(현지시간) 북러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후원자는 러시아라는 점을 분명히 한 회담이었다. 김 위원장은 연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두 나라 인민은 일찍이 지난 세기 항일대전의 공동의 투쟁 속에서 전우의 정으로 굳게 결합했으며 장병들은 조선의 해방을 위해 자신들의 피를 아낌없이 바쳤다”는 등 역사적인 이야기를 꺼내면서 혈맹관계를 강조했다. 이는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에서 러시아가 혈맹국으로서 적극 개입해줄 것을 요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실 북한과 러시아는 혈맹관계였지만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일반 국가관계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혈맹관계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은 러시아가 자신의 든든한 후원자라는 점을 세계에 알리려는 의도가 깔렸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의 대북 제재 압박이 상당히 거세지면서 김 위원장으로서는 중국에 이어 러시아를 후원자로 확보하면서 대북 제재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그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대화를 성급히 하지 않겠다고 한미정상회담 당시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상 북미대화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지 어렵다고 판단한 김 위원장이 중국과 러시아라는 매개체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수단이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개입은 더욱 복잡한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북미대화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김 위원장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후원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북한에 체제보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법적 안전보장 문제가 제기될 경우 6자회담 틀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김 위원장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우선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은 미국의 체제 보장이다. 그런데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체제 보장이라는 단어가 나오면서 미국을 압박하는 수단이 됐다. 게다가 6자 회담 카드를 꺼내들면서 미국으로서는 당황스럽게 만들기 충분했다. 물론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추진하는 비핵화에 대한 근본적인 줄기는 동조하는 입장이다. 다만 북한의 체제 보장도 확실히 해줘야 한다는 것이 푸틴 대통령의 생각이다.고민되는 우리 정부-트럼프
이처럼 북한과 러시아가 후원자 관계를 맺으면서 우리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톱다운 방식을 선호하는 우리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에 러시아의 개입은 톱다운 방식의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의 발언으로 6자회담 재개 논의가 급부상할 가능성은 낮다. 왜냐하면 국제사회에서 원하는 것은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를 해서 종전선언까지 이뤄지는 것이다. 6자회담은 비핵화를 이뤄내는 과정 중 일부에 불과하다. 다만 북미라는 직접적인 대화에서 러시아가 개입된 다자안보 협의 체제에 대해서 미국이나 우리나라는 상당히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러시아가 개입되기 시작하면 중국이 개입되고, 중국이 개입되면 일본이 개입되면서 비핵화 추진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가 우려하는 부분도 이런 부분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단 지켜봐야 할 입장이지만 러시아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