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탕국에서 믹스커피까지
구한말 고종황제가 즐겨마시던 커피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고위층에서나 즐기는 기호식품으로 인식했다. 일반 서민들은 커피를 즐겨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인스턴트커피 시대가 열리면서 서민들도 즐겨하기 시작했다. 또한 ‘프림’이 발명되면서 부드러운 커피 시대로 접어들게 됐고,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다방’은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에 일명 ‘다방커피’라고 불리는 커피 2+프림 2+설탕 2의 제조법은 상당한 돌풍을 일으키게 됐고, 아침에는 계란노른자가 띄워지는 커피를 마시는 것이 하루 일과의 시작이 됐다. 70년대를 거쳐 80년대 들어오면서 믹스커피의 시대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사무실에 온수가 나오는 정수기가 보급되면서 점차 ‘다방커피’를 멀리하게 됐고, 그로 인해 믹스커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됐다. 그리고 90년대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커피전문점들이 들어서면서 커피가 고급화되고 다양화되기 시작했다. 2천년대 들어서면서 커피의 변신이 거듭되면서 도약기를 맞이했고, 이제는 성숙기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연간 12조원의 커피 시장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 시장 규모는 12조원이다. 직장인들은 하루 평균 2잔 커피를 마시고 월 평균 12만원 정도의 지출을 하는 것으로 ‘사람인’이 직장인 1천759명을 대상으로 ‘커피 소비’ 조사에서 드러났다. 커피를 마시는 이유로 25.6%가 잠을 깨우기 위해서라도 답변했고, 20.7%가 습관적이라고 응답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식품산업통계정보 등에 따르면 지난해 20세 이상 인구의 국내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353잔을 기록했다. 커피 소비가 증가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고급화되면서 특정 지역의 커피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그로 인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 이르게 됐다. 다만 최근 들어 고급화되면서 믹스커피 시장의 규모도 축소되는 분위기다. 조제커피 소매시장 규모는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며 2014년 1조1,585억 원에서 2016년 1조228억 원으로 11.7% 감소했다. 소비자들이 이른바 건강한 커피를 찾다보니 믹스커피 선호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믹스커피는 해외 시장에서 상당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 커피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복합소비문화 공간으로 탈바꿈
커피전문점이 처음 입점할 때는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장소였지만 이제 커피전문점은 복합소비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의 경향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찾기도 하지만 독특한 커피전문점을 찾기도 한다. 실제로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독특한 인테리어 혹은 독특한 커피맛을 제공하는 커피전문점에 대한 소개 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소비자의 기호가 다양화·고급화되면서 독특한 커피전문점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일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프리미엄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일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전문 바리스타를 아예 배치하는 등 고급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커피전문점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닌 커피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키려고 하고 있다.커피전문점을 위협하는 편의점
편의점 역시 커피로 커피전문점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편의점 매출에서 커피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편의점업계는 커피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커피음료생산업체 역시 편의점에 맞는 그런 커피음료를 생산하고 있다. RTD 커피 중 페트병 커피 인기가 크게 증가하면서 1조 2천억원대의 시장이 형성됐다. 페트병 커피는 휴대가 간편하고, 여러번 나눠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대용량 제품 출시가 이어지면서 커피전문점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여름에는 아이스커피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그에 따라 ‘컵얼음’의 소비도 덩달아 증가하면서 편의점 매출 비중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커피의 변신은 무죄
커피는 계속해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종 황제가 즐겨 마셨던 커피가 이제는 대중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마시고 있다. 우스개 소리로 ‘커피를 한번도 마셔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 지언정 한번만 마셔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우리 국민은 커피를 즐겨 마시고 있다. 그에 따라 커피 시장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그 진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변화가 심하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기호는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변화하는 기호를 맞추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