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리뷰] WTO 개도국 지위 포기, 해결할 숙제 ‘셋’
[국제리뷰] WTO 개도국 지위 포기, 해결할 숙제 ‘셋’
  • 남인영 기자
  • 승인 2019.10.2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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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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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정부가 25일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했다. 미국이 우리나라와 중국 등 일부 국가들이 갖고 있는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것을 압박했고, 우리 정부는 결국 포기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 산업 중 유일하게 개도국 지위를 갖고 있던 농업 분야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개도국 포기 소식은 농민단체의 거센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얼마나 농민단체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한 앞으로 닥쳐올 방위비 분담 문제와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 등을 강구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숙제 1. 농민반발

이 소식을 들은 농민단체들은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전국 33개 농축산단체로 구성된 ‘WTO 개도국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7시 30분 서울 외교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통상주권과 식량주권을 포기한 것이라면서 강력 투쟁을 예고했다. 이들이 강력 투쟁을 예고한 것은 농민보조금이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되기 때문이다.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기 때문에 농업보조총액(AMS)이 1조 4천90억원이 배정됐다. 하지만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게 되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또한 농산물 추가 개방 압력이 들어오기 때문에 농민단체로서는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강력 반발에 대해 우리 정부가 과연 어떤 식의 대책을 내놓을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개도국 지위 포기 발표를 하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농민에 대한 대책 마련을 하겠다고 밝혔다. 농민들이 흡족할만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들의 대정부 투쟁은 장기화의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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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2. 방위비분담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은 향후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 협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계속해서 방위비 인상 압력을 구사해왔다. 또한 협상이 현지시각으로 23일과 24일 이틀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분담금으로 우리 돈으로 6조원인 50억 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분담금 규모를 축소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개도국 지위 포기는 미국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선물이나 다름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 중 하나인 미국 농민들의 표심을 사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있어야 하는데 바로 방위비 분담금의 축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은 자동차 관세와도 연결이 된다. 따라서 개도국 지위 포기로 인해 얻는 대가가 있기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다.

숙제 3. 미중 무역전쟁의 앞날

이번 개도국 지위 포기는 미중 무역전쟁과도 맞물린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도국 지위 포기 압박은 우리나라를 직접 겨냥했기 보다는 중국을 겨냥한 측면이 크다는 해석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함으로써 중국에 더욱 압박을 주는 모양새가 됐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에 있어 또 다른 협상용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국에게 다소 유리한 국면을 전개시켜주는 협상용 카드가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협상이 아직까지 뚜렷한 결실을 맺지 못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될 기미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함으로써 그에 따란 협상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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