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정순길 기자] 대기업 본사나 공장, 연구단지 등 들어선 지역 주변 아파트가 이른바 ‘대기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향후 서울의 집값은 공공기관과 대기업이 정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1일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권강수 이사는 “대기업 인근 단지들의 인기가 좋은 이유는 대기업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고소득층인 데다 공장의 경우 교대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아 직장이 가까운 곳에 주거지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권 이사는 “대기업 인근은 편의시설이 풍부해 매매가 상승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기업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들이 밀집된 강남권은 재건축 등 신규 아파트 공급이 이어지면서 집값이 올라갔지만 기업이 빠져나간 당시에는 주춤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강남구에서 2010년 5월 포스코건설(역삼동), 2012년 2월 기술신용보증기금(삼성동), 2015년 4월 포스코A&C(역삼동) 등의 기업이 옮겨간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도 상황이 달라졌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첫 입주가 시작된 지난 2005년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3.3㎡당 1042만원이었지만, 현재(10월말 기준)는 3.3㎡당 1290만원까지 오르면서 수도권 신흥부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13년 8월 엔씨소프트(삼성동), 2013년 11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역삼동) 등을 비롯해 2013년 12월 넥슨(선릉동) 등 IT기업들이 떠나면서 강남구 집값은 2012년 3.3㎡당 2875만원에서 2013년 2835만원으로 하락했다.
반면, 기업이 이전한 경기 성남시(판교신도시)는 같은 기간 1.63%p 상승했다. 판교테크노밸리와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백현마을6단지'의 전용면적 84㎡는 지난 2012년 10월 6억1500만원이었던 매매가가 2013년 10월 6억 7000만원까지 올랐다.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삼성전자 본사가 들어선 수원시 삼성디지털시티와 인접한 매탄동과 망포동은 2년간 각각 3.3㎡당 1016만4000원에서 1098만9000원, 851만4000원에서 914만1000원으로 상승했다.
반면, 직선거리로 4㎞ 이상 떨어진 매산로와 매교동은 동기간 각각 약 30만원 정도 상승에 그쳤다.
이와 같은 대기업 호재는 신규분양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4월 분양한 ‘창원 중동 유니시티 2단지’는 LG전자와 현대모비스, 두산중공업 등 다수의 대기업들이 인근에 입주해 있는 경남 창원 의창구 중동에서 공급됐다.
해당 단지는 청약 접수결과 총 771가구 모집에 9만8334명이 접수해 평균 127.54대 1로 청약대박을 터뜨렸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삼성, LG 등 대기업의 본사나 공장, 연구단지가 위치한 인근 지역은 종사자들을 비롯한 꾸준한 수요가 형성되는 만큼 불황과 같은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 이사는 “주로 직장까지 10~15분 이내의 인접한 지역에서 거주하려는 경향이 강한 만큼 대기업 접근성이 좋은 단지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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