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카드도 박탈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마지막카드’도 박탈당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수사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차원에서 ‘수사심의위원회’가 꾸려졌는데 이것을 검찰이 무시한 처사가 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투명하고 공정한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제일모직 가치르 고의적으로 부풀린 것은 물론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이 이뤄졌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26일과 29일 이 부회장을 미공개 소환해서 조사를 했는데 이 부회장은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혐의를 일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부회장 측은 검찰 외부 인사들에게 이번 수사의 적정성과 기소 여부를 공정하게 판단해달라고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요청 이틀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2018년 검찰이 수사심의위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위원회 소집 요청 받은 상황에서 수사팀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 부회장 사건이 처음이다. 수사심의위는 ‘기소독점주의’를 막기 위해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도입한 제도이고, 검찰이 스스로 내놓았던 제도이다. 그런데 스스로 유명무실하게 만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수사심의위 규정에도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일 경우 심의대상에 해당된다고 나와있으나 검찰은 우선 구속영장을 청구를 강행했다. 이는 결국 외부 전문가들의 판단을 들여다볼 기회를 검찰이 스스로 먼저 나서서 차단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서 2017년 1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이후 한달여만인 2월 16일 재청구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발부되며 삼성 오너가 중 ‘첫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후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그런데 법원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인다면 석방 이후 28개월 만에 재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