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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고려말 정도전은 위화도회군 전 이성계 장군을 만난다. 그리고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나라 즉 조선을 세울 계획을 한다. 그 새로운 나라 조선의 가장 중요한 정책은 바로 계민수전(計民授田)이다. 백성의 수를 헤아려 백성의 수만큼 땅을 나눠주는 것이다.
계민수전은 정전제와 비슷한 개념으로 지주들이 독점하고 있는 땅을 몰수해 국유화한 후 백성의 수대로 골고루 땅을 나눠주는 것이다.
하지만 계민수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난관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성계 장군이었다. 이성계 장군은 동북면의 광활한 토지를 소유한 대지주이고, 부인 강시 역시 문중에 땅이 엄청나다. 따라서 계민수전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이성계 장군의 땅부터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성계 장군은 기꺼이 땅을 내놓았고, 계민수전까지는 아니었지만 정전제를 통해 새로운 나라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 부동산 정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서 정도전의 계민수전이 부각되고 있다. 다주택 보유자들이 보유한 실거주 이외의 주택을 파는 것이 그것이다. 고위공직자를 비롯해서 정치인들도 현대판 계민수전 즉 1가구 1주택을 실현하기 위해 아파트를 내놓고 있다.
또한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보유자가 다주택을 파는 것에 대해 국민적 호응도 높아지고 있다. 비록 정도전의 계민수전이 현실화되지 못하고 다소 후퇴한 정전제가 실현되면서 조선이라는 나라를 개창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망국적인 부동산을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
이런 의미로 고위 공직자 스스로 모범을 보이고 다주택 보유자는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 이외에 모두 팔아야 한다. 그것은 어느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본다.
망국적 부동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계민수전처럼 1가구 1주택의 그날이 도래하기를 꿈꿔본다. 600년 전 정도전은 모든 백성들에게 골고루 땅을 나눠주는 것을 꿈꿨던 것처럼 오늘날 우리는 1가구 1주택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