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현대산업개발 법적 신호탄 쏘아올려
[산업리뷰]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현대산업개발 법적 신호탄 쏘아올려
  • 채혜린 기자
  • 승인 2020.09.15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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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이 되자 HDC현대산업개발이 15일 입장문을 내고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1일 일방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해제를 통지해왔다면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1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와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영심의위원회를 잇따라 열었고 이에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무산에 따른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관리체제로 전환됐다. 현산이 이번에 법적 대응을 예고함으로써 이행보증금 2500억원의 소송이 본격화됐다. 핵심은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 여부이다.

아시아나 정상화 후 재매각

채권단은 2조원 규모의 기안기금 투입과 차등감자 실시 등으로 회사 경여정상화를 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시장 여건과 회사 상황이 개선되면 재매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항공 산업이 위축이 오래 갈 수도 있다는 부분이다. 또한 아시아나항공 자체의 채무가 천문학적인 금액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채권단의 정상화 계획이 제대로 이뤄질 것인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선행조건 미충족 여부 중요 쟁점

현산이 법적 소송을 예고하면서 소송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현산이 주장하고 있는 ‘선행조건 미충족’ 여부이다. 계약 이행을 포기하면 계약 당사자는 이행보증금을 포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업황 악화는 현산이 예측할 수 없었던 사안인데다 금호산업이 불성실한 자료 제공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현산은 법원에서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고, 그런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투자금융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계약이 무산됐을 때 법원이 산업은행에게 이행보증금의 일부를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던 전례에 비춰 HDC현대산업개발의 주장이 인정됐을 때 법원이 비슷한 취지의 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파단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였던 산업은행은 2008년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정상화가 완료된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시도했다. GS, 포스코, 현대중공업, 한화 등이 공개경쟁입찰에 참가했으며 한화그룹은 6조3천억 원을 제시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산업은행과 한화그룹은 이 계약과 관련해 2008년 12월29일까지 최종계약을 맺지 않으면 산업은행이 이행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화그룹 전철 밟나

하지만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조선업 업황이 현저하게 악화되면서 한화그룹은 최종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산업은행은 양해각서를 근거로 이행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으며 한화그룹은 2009년 이행보증금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산업은행의 비협조적인 태도, 대우조선해양 노조 반대 등을 내세워 확인 실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한화그룹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항공업계의 악화가 당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가와 같다. 또한 현산이 재실사를 요구했지만 이를 묵인한 것 역시 한화그룹과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현산은 승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정몽규 현산 회장을 수 차례 만나 제안했지만 현산은 계속 재실사만 요구했다는 점에서 소송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다. 금호산업은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됐지만 현산이 미이행을 했기 때문에 주식 매매계약을 해제했다면서 계약해제의 책임이 현산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법정에서 현산의 주장과 금호산업의 주장이 충돌하면서 2500여억원의 돈이 어디로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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