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형마트-전통시장, 죽이는 관계 아닌 살리는 관계
[기자수첩] 대형마트-전통시장, 죽이는 관계 아닌 살리는 관계
  • 채혜린 기자
  • 승인 2020.10.0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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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대형마트가 전통시장 주변에 들어서면 전통시장이 죽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으로 알고 지내던 시대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가 들어선다면 ‘피켓’ 들고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그로 인해 대형마트가 점포수를 늘려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대형마트가 들어선다고 해도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의무 휴업 제도도 만들었다. 그렇다면 과연 대형마트는 전통시장을 죽이는 주범이 되는 것일까. 대형마트의 매출이 줄어들게 되면 전통시장의 매출도 함께 줄어들고 있다.
한무경 의원실이 한국유통학회로부터 제출받은 ‘유통 규제 10년 평가 및 상생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유통규제가 본격화한 2012년 이후 대형마트와 전문소매점은 매출과 업계 시장점유율이 오히려 감소했다. 대형마트 매출은 2012년 34조 1천억원에서 2019년 32조4000억원으로, 전문소매점 매출은 144조 2천억원에서 135조 4천억원으로 줄었다. 사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온라인 쇼핑’이라는 존재를 그동안 간과하고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은 이제 몸집을 불리어 거대한 몸집이 됐다. 그리고 인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지정 및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가 전통시장을 오히려 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유통학회가 지난해 12월 대형마트 소비자 465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휴무일에 어디에서 쇼핑하는지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으로의 유입은 5.81%에 불과했다. 반면 ‘아예 쇼핑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9.7%였다. 이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서로 죽여야 사는 관계가 아니라 상생의 관계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직도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가 자신의 상권을 죽이고 있다고 믿고 있다. 정작 ‘적(賊)’은 따로 있음에도 대형마트를 상대로 화풀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온라인 쇼핑이라는 거대한 적을 맞이해서 상생의 손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배달앱 업계도 유통에 뛰어들면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더욱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이제는 나란히 어깨를 같이하면서 상생의 손을 잡아야 한다. 대형마트가 죽으면 전통시장이 죽고, 전통시장이 죽으면 대형마트도 함께 죽는다는 각오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함께 공존하는 그런 상생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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