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서성일 기자] 동양생명이 자본 건전성 확보를 위해 6200억원대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지난해 중국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인수한 뒤 처음으로 진행된 자본 확충으로, 일각에서 제기됐던 국부유출 논란을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9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6246억 4385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번 증자는 동양생명의 대주주인 중국 안방그룹지주유한회사(안방보험)를 대상으로 이뤄질 예정으로, 유상증자 이후 안방보험의 지분율은 63%에서 약 75% 내외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을 1조 13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는데, 증자 규모가 인수금액의 절반을 넘어선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증자는 획기적이라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안방보험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이유는 새로운 회계제도(IFRS4 2단계) 도입에 대한 선제 대응으로 해석된다. IFRS4 2단계가 적용되면 보유하고 있는 보험 계약에 대해 자본을 대거 확충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 증자를 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동양생명은 안방보험 인수 이후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고금리 저축성보험 상품을 대거 판매하면서 사업을 확장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이 때문에 새로운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역풍을 맞을 우려가 큰 상황이다.
실제 동양생명의 방카슈랑스 채널 실적은 지난해 1~8월 794억원에서 올해 1조 8558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업계 전체 방카슈랑스 채널 실적인 6조 2000억원에서 6조 5000억원으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이번 증자에 대해 “회계제도 변경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자본건전성 제고 차원의 유상증자”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도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이 증가하고, 자본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된다는 반응이다.
NH투자증권 한승희 애널리스트는 “회계제도 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증자를 통한 영구자본의 증가인데, 다른 보험사는 대주주의 자금 여력 제한으로 증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 애널리스트는 “동양생명의 증자는 선제적 자본확충으로 제도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고 투자자의 자본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애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 영업을 통해 시장확대 기회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