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리뷰] 모두가 힘들었던 그시절 ‘국가부도의 날’
[영화 속 경제리뷰] 모두가 힘들었던 그시절 ‘국가부도의 날’
  • 전수용 기자
  • 승인 2022.05.30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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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 부도의 날 한 장면
영화 국가 부도의 날 한 장면

※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세요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지금은 모두가 힘든 시기이다. 직장인들의 점심 한 끼가 만원으로 해결될 수 없을 만큼 물가는 급등하고, 유가는 치솟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세계 3차 대전’이 발발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견은 전쟁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국내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들은 힘들다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힘겨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주요 국가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개인이 부담해야 할 이자가 올라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처럼 힘든 요즘 문득 1997년 있었던 ‘IMF(국제통화기금) 사태’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경제에 관심이 있거나 IMF 당시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고 싶다면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꼭 관람해 보기를 권한다.

1997년 11월 미국 월가 “한국을 떠나라”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국가부도라는 주제로 크게 세 축의 이야기가 동시에 전개된다. IMF 금융위기가 오기까지 당시 관련 정부 관료들의 의사 결정에 대한 이야기, 국가부도를 예감하고 증권맨으로서 잘 나가던 회사를 퇴사하고 투자사를 차린 인물의 이야기, 건실한 중소기업이 IMF 사태를 맞으며 무저져 가는 이야기 등이다. ‘국가부도의 날’은 우리나라의 1997년 경제를 다룬 영화이다. 영화는 그해 11월 외국인 기관투자자의 메시지로부터 시작된다. “모든 투자자는 한국을 떠나라! 당장”이라는 메신저로 외국인들에게 공유하면서 긴장감을 준다.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들이 한 명씩 등장한다. 이들은 한시현(김혜수), 유아인(윤정학), 허준호(한갑수), 조우진(박대영) 등이다.

한시현의 눈물 어린 노력

한국은행의 팀장을 맡고 있던 한시현은 한국은행 총장의 호출을 받고 급하게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한국은행 총장실에서 한시현은 통화 정책에 대한 미리 작성된 보고서를 리뷰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시현과 총장은 현재의 심각한 상황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 후에 국가부도의 날이 찾아오지 않게 대책 논의를 하게 되지만 재정국의 박대영 차관은 한시현의 말을 완전히 무시해 버린다. 하지만 한시현은 굴하지 않고 의견을 강력하게 개진했고, 이것을 청와대 경제수석이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물거품이 됐고, 한시현은 국가부도를 막을 수 있었지만, 자신이 여자라고 무시당하고 직업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을 지키지 못했다고 자책하면서 울음을 참지 못한다. 결국 한국 재정국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되었고 대한민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결정하게 된다.그리고는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 언론을 통해 국민들의 사치로 인해서 경제가 무너졌다고 말한다. 재벌과 재정부 박대영 차관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또 다른 위기설에 대해 함구했고, 재벌 2세와 함께 노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 막바지. 개인 연구소를 차려 경제 연구를 하는 한시현 앞에 IMF 시절 보고서를 보았다고 나라에 다른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고 예감한 한 여자가 그의 사무실에 찾아오고 이들은 앞으로도 정부와 싸울 것을 암시하며 영화 국가부도의 날 막을 내린다.
영화 국가 부도의 날 한 장면
영화 국가 부도의 날 한 장면

국가부도를 예감한 증권맨 윤정학

소위 잘 나가던 증권맨이었던 윤정학은 관광버스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뉴스를 접하게 되고 고민하던 중, 국가부도의 날이 올 것이라 직감하고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이후 윤정학은 투자회사를 설립하게 되고, 증권맨 시절 자신의 주요 고객들을 불러 우리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등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고 투자자들을 모집하기 시작한다. 국가부도의 날로 한국 경제가 망하게 된 것을 기회로 삼으려 했던 윤정학의 말을 듣고 수많은 투자자는 정학의 이야기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면서 떠나지만, 노신사와 오렌지족 청년 등 두 명은 남게 된다. 정학에 대해 노신사는 믿음을 갖고 함께하기로 하지만 정학은 오렌지족 청년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렌지족 청년은 정학에게 통장을 던지고, 10억원이 찍혀있는 통장의 잔고를 본 정학은 그를 정중히 고객으로 모신다. 그들 셋은 곧장 투자금을 가지고 은행으로 달려가 달러로 환전한다. 은행 직원은 의아해 하면서 말리지만 그들은 완강하게 달러로 모든 돈을 환전한다. 몇 일 뒤 그들의 예상은 모두 적중한다. 주가는 폭락하고 대기업들을 포함해서 대한민국의 기업들이 연쇄 부도 신청을 하고 원·달러 환율은 미친 듯이 오른다. 그때 타이밍에 맞춰 달러로 수익을 거둔 그들은 다시 폭락한 주식과 부동산을 매입하기 시작한다. 윤정학 일행은 그런 식으로 실질적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인 반면, 국민들은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었다. 이들이 그 현실을 느낀 것은 부동산 투자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알게 됐다. 그들이 매입한 부동산 중 한 가정에서 재정난으로 인해 가장이 스스로 목숨을 버린 것이다. 영화 마지막 윤정학은 투자회사의 회장이 되어,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자신을 추앙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큰 계약 따낸 중소기업 한갑수 사장, 그러나 대금은 ‘어음’으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갑수 사장. 대형 백화점에 자신의 회사 제품을 대량으로 납품하는 계약이 성사됐다며 아내에게 자랑을 늘어놓는다. 분명히 좋은 일이긴 한 데 한갑수에게는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 백화점의 요구 조건이 거래대금을 현금이 아닌 어음으로 하자는 것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국가부도가 날 것이라는 것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던 그는 대금을 현금이 아닌 어음으로 거래를 한다. 이후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빚더미에 앉게 된다. 한갑수는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차마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 마지막 수단이라고 여긴 한국은행에서 근무 중인 자신의 여동생 한시현에게 찾아가 은행 대출을 알선해 달라고 사정해 보지만 허사였다. 그는 결국 회사의 문을 닫게 된다. 한갑수는 자신의 회사 거래처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더욱 절망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는 “버틸게요. 반드시 버틸게요”를 되뇌며 이를 악물고 버틴다. 그렇게 힘겨운 20년이 흐르고 한갑수는 다시 공장의 문을 여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막을 내리게 된다.
영화 국가 부도의 날 한 장면
영화 국가 부도의 날 한 장면

에필로그

영화를 통해 자신들의 실책을 선량한 국민들 탓으로 돌리는 대한민국의 정부 관료들에 대한 아쉬운 점이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들을 모두 극복하고 우리나라를 일으켜 세운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낀다. 영화는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스토리이지만, “투자에는 정답이 없지만 정답이 있는 것처럼 위기는 기회가 된다”는 윤정학의 명대사가 다시 한 번 떠오른다. 현재 전 세계에 경제위기가 드리우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지금의 위기가 정말 기회일까?” 진심으로 고민을 하게 되는 순간이고, 그런 관점에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현재 상황과 잘 맞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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