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준 칼럼] 한국의 저출산 대응 전략: 인구위기 진단과 대책 (하)
[정인준 칼럼] 한국의 저출산 대응 전략: 인구위기 진단과 대책 (하)
  • 정인준
  • 승인 2023.04.2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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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출산율은 젊은 세대의 삶과 가치관이 응축되어 있는 것이다. 작년 0.78명인 합계출산율이 2026년에 0.7명 까지 지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은 청년층이 장래에 삶의 질 개선이나 계층이동을 기대하지 못하는 비관적인 상태에 있음을 알려준다. 윤석렬 정부 출범 1주년이 지나가는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대통령자문위원회)는 한국 젊은이들의 비혼 및 무자녀 선호 문화 현상의 확산과 이에 따른 저출산·고령화 심화 및 인구감소 추세를 억제할 수 있는 혁신적 인구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06-2010) 수립 이후 지난 17년 간 한국의 인구정책은 “출산 및 영유아 보육지원, 일과 가정의 양립, 부모 육아휴직” 등 스웨덴이나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의 맞벌이 가족모형에 근거한 저출산 대응 정책수단을 단계별로 도입, 응용하면서 추진됐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국가가 책임진다” 또는 “아동을 국가 최고의 경제적 자산으로 본다”는 아동·가족친화적인 프랑스와 스웨덴의 인구정책은 저출산을 극복하는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반면 한국은 일본과 같이 영유아 및 아동 보육·교육 보다는 노인복지에 역점을 둔 인구정책을 갖고 있어 저출산 문제는 기존의 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했다. 유럽 국가들에 비해 저출산에 대응하는 가족정책 예산의 절대적 부족, 각 부처 정책과제의 부적절과 예산집행의 비효율, 비혼·만혼 대응 실패 등은 지난 20년간 한국을 초저출산 국가(출산율 1.3명 이하)로 만들었고, 최근에는 ‘대한민국 붕괴론’이 등장했다. 여성의 일·가정 양립 문화 구축과 혼외출산과 동거인에게도 법률혼과 동등한 사회보장혜택을 제공하고, 아동·가족정책 지원을 위해 GDP의 3% 이상을 지출하여 저출산 위기를 극복한 스웨덴, 프랑스 및 독일의 인구정책에서 오늘의 한국의 인구문제 해법의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스웨덴은 1840년부터 1930년 간 인구의 25%가 북미로 이주함에 따른 인구감소로 1880년대부터 출산율이 저하하면서 1930년대 초 유럽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였다. 당시 군나르·알바 뮈르달 부부가 ‘인구문제의 위기’(1934)에서 주장한 “아동 삶의 질에 대한 사회적 투자”는 이후 사회보장정책에 반영되어 스웨덴이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틀을 마련했다. 아울러 오랜 기간에 걸친 가족정책 및 성평등 정책 확대에 힘입어 2000년 1.5명 수준으로 떨어졌던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은 2009년 1.94명, 2017년 1.85명 등 1.8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는 1929년 대공황 시기 저출산 문제가 대두되어 1938년 가족수당제도 신설, 1939년 다자녀 출산가정 지원, 무상에 가까운 공교육 등 출산장려정책의 역사가 유럽에서 가장 길고 혼외 및 만혼출산 지원 등 정부의 출산율 저하 억제정책이 성과를 거두면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의 2007년 가족관련 정책 예산은 GDP의 4.7% 에 달하며, 1993년 1.65명이던 합계출산율은 출생수당 등 영아환영수당(PAJE) 제도도입(2003년) 등에 힘입어 2000년대에 2.0명대를 유지해왔으며, 2017년 1.92명, 2018년 1.8명으로 다소 감소추세에 있다. 독일은 1980년대부터 저출산이 사회문제가 되었고, 1990년대 중반 합계출산율이 1.3명, 2015년 1.4명으로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던 것이 2021년 1.58명으로 OECD평균 수준(2020년 1.59명)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은 유럽 최대 경제대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이민 및 난민 수용정책을 추진하여 2014년 3월 8,010만명이던 인구가 2022년 말 8,430만명으로 증가하였다. 독일은 일과 가정의 양립, 전문인력 확보 및 이민정책 등 3대 인구정책에 의해 높은 성장잠재력을 유지하는 등 저출산의 함정에서 빠져나온 모범사례이다. 2020년 아동수당 62조원, 무상교육 214조원 등 막대한 재정투입과 가사분담인 ‘성 평등 인식’이 정착한 것도 출산율 반등의 성공요인이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과 미·중 패권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및 탈세계화 영향으로 한국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최근 저성장과 인플레이션이 동시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놓인 한국경제의 회복을 위해 내수증진과 기술혁신, 노동생산성 향상 등 정부시책에 의한 외생적 경제성장이 긴요하다. 브리지 워터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Ray Dalio)가 2020년 국내언론 인터뷰에서 “환율급등 같은 외환위기가 오지 않도록 경쟁력이나 생산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곳에 헛돈을 쏟아 부어 한국경제를 망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포퓰리즘적 지출에 의한 국가부채 급증, 급진적인 탈 원전과 4대강 보 해체 등 예산 집행의 비효율성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중고생 대상 마약유통, 대규모 전세 사기, 청년실업 및 노인빈곤 증가, 지방대 폐교 등 최근 한국경제사회 상황이 혼인의 감소로 이어지면서 청년층을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삶으로 내몰고 있다. 그동안 장기간 초저출산과 고령화 등에 의한 노동생산성 저하, 노년층 사회보장비의 증대,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방소멸 등은 한국경제가 이미 저성장·장기침체 단계(잃어버린 10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일본 기시다 내각이 금년 4월 어린이가족청을 출범시킨 것은 “인구정책의 우선순위가 고령화 대응에서 저출산 대책으로 넘어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스웨덴, 프랑스 및 독일의 성공적인 인구정책을 한국 상황에 맞게 고려한다면 한국의 인구정책은 先 저출산 대책, 後 고령화 대응이라는 역발상에 의해 획기적인 정책 전환을 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의 인구정책은 “아동 양육은 국가책임, 아동은 미래자산”이라는 영유아 및 아동 보육·교육 정책을 국정의 최우선으로 두어 저출산 대책을 우선 추진하는 것으로 변경하고, 4차 산업혁명 기술혁신에 의한 경제도약을 통한 지속적 경제성장의 성과를 기반으로 빈곤 노인층을 지원하는 등 고령화 대응은 후순위로 두는 미래 전략을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현 ‘여성가족부’를 인구전담 중앙부처인 ‘아동가족처’로 개편하여 각 부처에 분산된 저출산 정책 과제와 예산을 통합 운영해 나가는 정부 직제개편이 필요하다. 향후 5년간 합계출산율 회복 목표(1.3명)를 설정하고 인구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문제를 독일, 캐나다 및 싱가포르와 같이 해외 고급인력의 국내이주와 현장 노동인력의 선별적 취업허용을 통해 해결한다면 지속적인 경제성장도 가능해 질 것이다. 지난 10년간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학생의 6배 급증 등 공교육의 질 저하에 따른 사교육비의 급증은 출산율 저하의 직접적 원인이다. 산업사회 시대의 저비용 대량학습 방식을 조속 탈피하여 교육의 국제 경쟁력을 회복하고 인공지능·로봇 등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개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일본의 지방창생정책과 같이 많은 1인 청년가구가 지방에서 안정된 일자리를 갖고 정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농어촌 부흥 정책 추진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할 식량과 물 부족에 대응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경제성장 동력인 0-5세 영유아 보육 및 아동교육은 복지정책이 아닌 경제정책으로 이에 필요한 예산은 김일성 세미나 등 비생산적인 시민단체 지원 예산(2022년 5조4500억원)을 삭감하는 등 2023년 정부예산 638조원의 10%를 조정하여 60조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60년간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은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룩했으나, 선진 시민의식은 크게 부족하다. 이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부 캠페인에 국민·기업 참여를 권장하고, 한국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법질서 준수 및 국가에 대한 자긍심 고취를 위한 정부 홍보기능의 강화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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