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콘덴서는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번거롭게 직접 청소할 필요없이 콘덴서를 자동 세척’ 이 문장만 놓고 보면 마치 알아서 세척이 가능해 소비자들이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실상은 일정 조건에서만 세척이 실행돼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는 다소 괴리가 있었다. 문제의 제품은 ‘LG전자 트롬 건조기’다. 건조기 구매자 324명은 LG전자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에서는 사측이 일부 배상해야 한다며 건조기 1대당 2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LG전자는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한다는 입장이지만, 과장광고 논란에 항소 카드까지 꺼내든 LG전자의 행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따갑다.     서울남부지법 제12민사부(주채광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오후 소비자 324명이 LG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 1심 선고를 진행했다. 당초 소송가액은 1대당 100만원씩 총 3억3200만원 상당이었지만, 법원은 일부인 193명만 인정해 1대당 20만원씩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소비자들은 해당 의류건조기가 ‘매번 자동으로 먼지 콘덴서(응축기)가 세척된다’고 광고한 것과 달리, 실제로는 일정 조건에서만 세척이 실행돼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며 LG전자 측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LG전자 무상수리 과정에서 기기를 장기간 사용하지 못한 피해와 함께 수리로 인한 내구성 감소 등의 제품가치 하락으로 재산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해당 광고로 원고들에게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LG전자의 광고 문구가 건조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콘덴서를 전혀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상을 갖게 했다”고 지적했다. 건조기의 핵심 부품인 콘덴서에 먼지가 쌓이면 건조기 성능 유지에 어려움이 생긴다. LG전자는 TV 광고에서 마치 소비자들이 콘덴서를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광고했다. 하지만 당시 소비자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은 콘덴서 바닥에 1.6~2.0ℓ의 응축수가 모였거나, 의류 함수율(물을 머금은 비율)이 10~15%일 때에만 작동이 됐다.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광고내용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지난 2021년 4월 문제의 광고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90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건조시마다 세척’, ‘깨끗하게 완벽 유지’ 등의 표현이 거짓·과장된 부분이 있다며 소비자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삼성전자 “우리는 수동세척”…LG전자 정조준하기도

LG전자의 건조기가 논란에 휩싸인 당시, 삼성전자 측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건조기 마케팅에 착수했다. 삼성전자는 자사 의류건조기가 ‘수동세척’ 방식이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직접 열어보고 솔로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어 안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영상에서는 ‘먼지가 섞인 물로 청소를? 제대로 관리 못하면 냄새도 날 수 있고 녹이 슬 수도 있는데?’라는 내용 등을 통해 콘덴서 자동세척의 한계를 꼬집었다. 아예 ‘안심건조 페스티벌’ 이라는 이름의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해당 행사기간 동안 쓰던 건조기를 반납하고 그랑데 건조기를 구매하면 20만원 상당의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행보는 LG전자를 겨냥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적지 않았다. 현재까지도 양사 의류건조기는 각각 자동세척과 수동세척이라는 상반된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열교환기 청소시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LG전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상태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해 LG전자 측은 불복 입장을 밝혔다. LG전자 측은 “법원 판결로 건조기 제품 자체의 결함은 없다는 것은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며 “재판부의 이번 판단은 아쉬운 부분이 있어 다시 한번 판결을 받아볼 계획”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해당 광고가 이미 2019년 중단·시정된데다가 모든 구매고객에게 무상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 LG전자는 10년간 무상보증 밋 수리 실시를 결정한 바 있다. 충분히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억울하다는 것이 LG전자 측의 반응이지만, 과장광고였던 점은 사실이었던 만큼 판결 불복 움직임이 소비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비쳐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