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차 세계로의 산티아고 순례길 01]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두 번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로 결심하다
[차차 세계로의 산티아고 순례길 01]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두 번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로 결심하다
  • 양시영 인플루언서
  • 승인 2023.08.0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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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수술, 퇴사 등으로 무력감 시작
- 산티아고 순례길의 두 번째 초대장을 가슴에 품다
- 생장피에드포르 성당, 매일 7시 순례자를 위한 미사 봉헌
두 번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양시영 인플루언서(29세)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연재한다. /사진=양시영 인플루언서
2016년에 이어 2023년 7월, 두 번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양시영 인플루언서(29세)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연재한다. /사진=양시영 인플루언서
[파이낸셜리뷰=양시영 인플루언서] 지난 2016년 5월, 나는 생애 첫 산티아고 순례길을 종주했다. 장장 779km를 꼬박 35일에 걸쳐 걷고 나서 느꼈던 건 ‘나의 삶에서 무언가를 이루는데 그렇게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구나. 건강한 신체, 도달하고자 하는 마음가짐, 그에 할애할 시간만 있다면 못 이룰 게 없구나’였다. 엄청난 성취감을 품고 한국으로 돌아와 나는 다시 치열한 일상에 스며들었고, 여느 대한민국 청년들과 다름없이 취업, 직장 생활, 연애 등 평범한 삶의 패턴을 즐겼다. 그러던 중, 2022년 갑작스레 발견한 질병으로 수술, 퇴사, 개인적인 신변의 변화를 여러 차례 겪으며 삶에 대한 무력감, 열등감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소리 없이 날아온 두 번째 산티아고 순례길 초대장

그렇게 나 자신을 잃어간다는 생각이 들 때쯤, 문득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던 건강한 내 모습이 그리워졌고, 다소 추상적인 개념인 용기와 성취를 다시 한번 체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산티아고 순례길로부터 소리 없이 날아온 두 번째 초대장을 가슴에 품고 나는 순례길에 오를 채비를 마쳤다.
파리에서 생장피에드포르까지 가는 직행 노선이 없어 바욘 마을에서 환승해야 한다. /사진=양시영 인플루언서
모든 여행이 그러하듯, 순례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면 먼저 항공권 구매가 우선일 것이다. 이번에는 에티하드 항공을 이용했는데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파리 IN-마드리드 OUT 루트로 항공권을 구매했다. 갑작스레 결정한 순례길이라 130만 원이라는 비싼 가격으로 경유 항공편을 결제했지만, 6개월에서 1년 정도 전에 미리 알아보면 100만 원 이내로도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고전 루트이자 가장 유명한 프랑스 길(French route)은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Saint-Jean-Pied-de-Port)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파리에서 TGV(테제베)라는 기차로 해당 마을까지 이동해야 한다. 파리에서 생장피에드포르까지는 직행 노선이 없어서 바욘(Bayonne)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환승해야 하는데, 이 마을도 매우 아름다워서 몇몇 순례객들은 이곳에 묵으며 순례 전 여유를 만끽하기도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앞서 프랑스에서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양지영 씨. /사진=양시영 인플루언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기 위해 경유한 프랑스 에펠탑의 풍경. /사진=양시영 인플루언서
한국인 순례자들 사이에 유명한 '앤조이 호스텔'. /사진=양시영 인플루언서
대부분 순례객은 오전 7시경 생장피에드포르로 향하는 기차를 타서 출발역인 파리 몽파르나스 역 근처로 숙소를 구하곤 한다. 한국인 순례자들 사이 ‘앤조이 호스텔’이 꽤 유명한 편인데, 이유는 기차역까지 도보로 10분밖에 소요되지 않아 파리에서 짧은 관광 후 잠만 잘 순례자들이 보통 이곳으로 모인다. 프랑스 길의 출발지이자 공식 순례자 사무소가 있는 생장피에드포르는 전 세계 순례자들이 모이는 곳이라 숙소 예약은 거의 필수라고 보면 된다. 물론 운 좋게 선착순으로 공립 알베르게(호스텔)에 묵을 수도 있지만, 순례 전 충분한 몸과 마음의 휴식을 위해서라면 예약하는 걸 추천한다. 파리 1박: Enjoy Hostel, 생장피에드포르 1박: Gite BIDEAN.

배낭과 순례자 여권, 순례자의 상징 조가비

순례자 사무소에서 크레덴시알(순례자 여권)을 발급받고 기차에서 만난 순례자 1호 님(순례길에서 만난 첫 인연의 호칭)과 함께 햄버거에 맥주 한잔을 했다.
생장피에드포르 마을 내 순례자 사무소 가는 길. /사진=양시영 인플루언서
배낭과 순례자의 여권, 그리고 순례자의 상징인 조가비. /사진=양시영 인플루언서
1호 님은 첫 순례라 그런지 잔뜩 상기된 얼굴로 앞으로의 순례가 너무 설레고 긴장된다며, 내게 이런저런 팁을 물었다. 하지만 침낭조차 챙겨오지 않은 이 사람…. 침낭이 없는 순례자는 받지도 않는 알베르게가 많기 때문에 저녁 식사 후 침낭부터 사라고 일러주었다. 생장피에드포르 성당은 매일 7시에 순례자를 위한 미사를 봉헌한다. 시간 맞춰 미사를 드리면 신부님께 강복 또한 받을 수 있는데, 이는 순례길에 은총이 가득하길 바란다는 종교적 의미의 축복이자 기도이다. 그렇게 충만한 마음으로 성당을 나와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마을 구석구석을 둘러보던 중, 알 수 없는 감정들이 휘몰아쳤다.  ‘정말 다시 걸으러 왔구나’ 실감하기도 하고, ‘내일부터 바로 피레네산맥을 넘는데 잘 넘을 수 있을까?’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디 ‘순례’란 선착순으로 빨리 골인하는 것도 아니고, 우열을 가리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며 떨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빛을 따라 걷는 여정, 나의 두 번째 산티아고 순례길이 시작됐다. [정리=조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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